벤틀리-BMW-벤츠 11번 '쾅'! 기막힌 보험사기의 세계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4.09.08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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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손목치기·칼치기'로 8000만원 타낸 일당도…100개 넘는 보험가입, 일가족 사기단 5.7억 '꿀꺽'

#골목길을 지나는 차 옆으로 걸어가다가 사이드미러에 팔을 툭 건드린다. 보행자가 일부러 접촉했지만 아프다고 우기면 운전자는 꼼짝없이 대인사고 가해자로 몰릴 수 있다. 이른바 '손목치기'다.

'칼치기'도 있다. 옆 차선 차량이 차선 변경을 시도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고의로 속도를 높여 사고를 내는 수법이다. 이때 가급적 탑승자는 늘린다. 물론 한 푼이라도 보험금을 더 타기 위해서다.



서울 강북에서는 지난 5월 20명의 손목치기, 칼치기 전문 조직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은 학교 선후배 등으로 32회 고의사고를 일으켜 11개 보험사로부터 8000만원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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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사기에서 고급 수입차를 이용한 수법은 고전적이다. 최근 검찰이 기소한 경남의 한 보험사기 일당들은 벤틀리와 BMW, 벤츠 등 최고급 외제차를 국내 시세보다 저렴한 직수입 형태로 구입했다. 하지만 자차보험은 실제 구입가보다 부풀려 가입했다.

이후부터는 고의사고의 연속이었다.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으로 역할을 나눠 11번이나 추돌사고를 냈다. 받아간 보험금만 무려 5억4000만원이다.



#생명·장기보험 쪽에서는 속칭 '나이롱'(허위 반복 입원 등) 환자가 보험사기의 전형 중 하나다. 영화에나 나올법한 일가족 보험사기단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4월 수사당국에 붙잡힌 일가족 3명은 장기·반복 입원의 달인들이었다. 염좌, 즉 삐는 정도의 경미한 질병으로 병원을 옮겨 다니며 입원했다. 총 15개 보험사에 약 100건이 넘는 보험을 가입해놓고 총 2040일을 반복 입원했다. 챙긴 보험금은 모두 5억7000만원이다.

#보험사기는 종종 끔찍한 범죄를 동반하기도 한다. 최근 세간에 알려진 울산 50대 공기업 직원 A씨의 여성 살해 후 암매장 혐의도 보험사기가 바탕에 깔렸다. 피해 여성과 지인 등 2명의 여성에게 각각 생명보험을 가입시키고 수익자를 A씨 자신으로 설정했다.


보험 가입 후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1년 이상 시차를 두는 등 사전에 치밀한 계획도 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보험사기 신고해 달라"…상반기 포상금 10억 지급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이 같은 보험사기 적발규모가 2869억원(4만714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2% 증가했다. 모든 보험 종목에서 적발금액이 확대됐다.

적발방법은 금감원 기획조사 등에 포착돼 수사기관에서 적발한 사기금액이 총 71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연령대, 직업별로는 50~60대 고령자와 무직자(일용직) 등의 생계형 보험사기가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를 인상시키는 심각한 사회범죄인 만큼 주변에서 보험사기 의심사고를 목격하면 금감원(국번없이 1332) 혹은 해당 보험회사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보험사기를 제보하면 포상금도 준다. 올 상반기에만 약 2700건의 보험사기 신고가 접수돼 10억원에 가까운 포상금이 지급됐다.

포상유형별로는 음주, 무면허 운전 신고(57.1%)와 운전자 바꿔치기(16.5%) 신고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밖에 자동차 고의충돌 사고와 보험사고 내용조작, 병원의 과장청구에 대한 포상금액도 전년 동기 대비 최대 90% 이상 늘어 다양한 항목의 제보참여가 늘어났다.

상반기 최대 포상지급액은 2000만원이었다. 뇌졸중으로 사망한 자를 질식사로 허위 진단서를 받아 상해사고로 꾸몄고 이를 근거로 보험금 2억4000만원을 타낸 사례였다. 신고자는 사망진단서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사실을 보험사에 제보했고 포상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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