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다 보니 명절에 가도 '그래, 너는 무슨 일을 하니?'라고 묻는 친척 어른들께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려면 한세월이다. 차라리 요즘은 어르신들도 카카오톡과 거기 있는 게임은 아시니까 "앱(애플리케이션) 같은 거 만든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어르신들은 '그래, 그래도 밥벌이라도 하니까 기특하다.'라며 칭찬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반응을 보이신다.
나야 어릴 적부터 집안의 특별한 기대를 받지 않고 자랐으니 이 정도면 다행인데 주변을 보면 SKY나 외국 유학까지 다녀온 친구들은 더더욱 명절이면 스트레스가 심하다. 거기를 나와서 이러고 있느냐는 둥 집안의 망나니 대우를 받는다.
스쿱미디어가 만든 '저는 스타트업 하는 불효자식입니다' 티셔츠 앞뒷면.
이걸 지인에게 선물했는데 문제는 개발자인 그가 항상 백팩을 메고 다니는 것이었다. 가방 때문에 뒷면은 안 보이고 가슴팍의 '엄마는 공무원이 최고라고 하셨죠.'만 보이니, 길거리에서 어르신 분들이 '공무원이 최고여.'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한다. 심지어 손자에게 사주고 싶다며 어디서 구하냐고 물어보신 할머니도 있단다.
스타트업의 최대 장점은 타 기업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출퇴근과 업무 환경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이 보시기엔 이것도 당나라 회사 같은 모양이다. 출근 시간이 늦고(오전 10시) 휴가가 수시로 있는 나를 보며 부모님은 '너 혹시 잘린 건 아니지?'라고 조심스레 물으신다. 심지어 미국 출장마저 '혹시 잘려서 힐링하러 가는 거 아니지?'라고 물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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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쿱미디어가 만든 '저는 스타트업 하는 불효자식입니다' 티셔츠.
스타트업은 긁지 않은 복권이다. 당첨이 되면 대박이지만 당첨 확률이 복권만큼이나 희박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밥벌이가 어디 있으랴. 올해는 추석이 미국 출장에 끼어 있어 집에 내려가지 못하는데, 아쉽고 죄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정신 건강에 참 다행이라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부모님이 보시기에 한없이 불안하고 불안정한 것, 그래서 부모님께 끝없는 걱정을 끼쳐드리는 것이 스타트업 하는 불효자식의 애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