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엔 ‘아빠’만 유행일까? 아니다. 불황기엔 ‘불륜소설’이 뜬다. 대공황기 미국에서는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버블 붕괴기 일본에서는 와타나베 준이치의 ‘실락원’이, IMF 금융위기 당시 한국에서는 은희경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와 전경린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이 떴다. 1999년에는 몸과 성에 대한 관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성고백서인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가 공전의 히트를 쳤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문학동네)의 권두에 수록된 ‘드라이브 마이 카’의 주인공 가후쿠는 죽은 아내가 다른 남자 품에 안겨 있는 정경이 떠올라 괴로워한다. 아내에게는 정기적으로 섹스를 하던 남자가 최소한 네 명이었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소설에는 불륜의 여성이 다수 등장하는데 작가는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는 게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급기야 “여성의 성적 반응에 대한 놀라운 이해와 남성의 섹스 스킬에 대한 구체적 서술”을 담은 성 지침서인 ‘멀티를 선물하는 남자’(스토리3.0)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 책의 저자인 김진국은 “섹스는 진정한 사랑의 아름다운 표현이요, 남녀가 이루어내는 조화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자,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보자. 불황을 극복할 전환점을 만드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아빠’가 돌아오고, 화제의 불륜소설들이 줄지어 출간되고, 몸이 통해야 마음이 통하는 법이니 이타적인 섹스를 하라고 가르치는 책이 뜨고 있으니 한국은 지금 불황이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