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전매제한 완화 "불법전매 움직임"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2014.09.0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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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부동산대책]전매제한·거주의무 완화된 보금자리주택…"본래 취지 잃을 수 있어"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 첫 입주단지인 'LH푸르지오' 전경. /사진=신현우 기자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 첫 입주단지인 'LH푸르지오' 전경. /사진=신현우 기자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전매제한·거주의무기간 완화 발표 이후 문의가 크게 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법 전매를 추진하는 이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듯 합니다."(서울 강남구 세곡동 M공인중개소 관계자)

정부가 '9·1 부동산대책'을 통해 보금자리주택의 전매제한·거주의무기간을 완화키로 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약한 수준이다. 하지만 불법 전매는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개발제한구역을 50% 이상 해제한 수도권 공공택지 내 공공주택(옛 보금자리주택)의 전매제한을 2∼8년에서 1∼6년으로 단축시키고 거주의무는 1∼5년에서 0∼3년으로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대책 발표 하루 뒤인 2일 찾은 서울 강남구 세곡동·송파구 장지동 등의 공인중개소들은 방문객이나 문의 전화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법 전매를 주선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등 개업공인중개사들은 바쁜 모습이었다.



송파구 장지동 W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의 전매제한·거주의무기간을 완화, 차익실현 기간 축소를 통해 거래 활성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특별한 반응은 없지만 웃돈에 대한 기대 심리로 불법전매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전매제한에 걸려 사고파는 행위를 할 수 없는 위례신도시 22단지 전용면적 51㎡는 최초 공급가격은 2억8000만원 선이지만, 현재 1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 있고 그동안 불법거래가 이뤄졌었다는 게 지역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이번 조치로 축소된 전매제한 기간은 미약하지만 투기세력에겐 충분히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중개업소들은 밝혔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보금자리주택 전매제한·거주의무기간 완화로 혜택을 보는 대상은 총 1만3859가구, 20개 단지로 집계됐다. 이 중 서울에선 강남지구·세곡2지구·내곡지구·서초지구·위례지구 등에서 전체 물량의 45%인 6270가구가 수혜를 받는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수익성이 낮은 인천·경기를 제외하곤 서울 강남·서초·송파의 수혜가 클 것"이라며 "특히 지난해 공급돼 내년에 전매제한이 풀리는 서초 신원동 '서초엠코타운젠트리스'에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입주민들도 정부의 이번 조치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장지동에 살고 있는 이모씨는 "보금자리주택을 분양받고 난 후 차익실현만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은데 이번 완화 조치가 기대심리를 자극할 수 있겠지만 다소 부족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매제한과 거주의무기간을 더 완화하는 것은 보금자리주택의 본래 취지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 조치는 투자가치를 높여 수요를 늘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더 이상의 규제 완화는 보금자리주택이 중산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하게 만들어 보금자리주택 도입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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