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갑질?" 퇴직자 66% 주거래기업 고위직 재취업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14.09.0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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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임원급 고위직 재취업… 작년 감사원 지적받고도 '낙하산 인사' 지속

산업은행의 퇴직자가 거래기업으로 재취업하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피아' 논란이 일면서 정부가 관료 출신들의 산하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인 산업은행의 낙하산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산업은행은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같은 사안을 지적받았음에도 거래기업에 퇴직자를 계속 재취업시켜 온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2011년부터 현재까지 산업은행 출신으로 재취업한 퇴직자 47명 중 31명(66%)이 주거래 기업의 대표이사, 상임이사 등으로 재취업했다. 대표이사(CEO)가 4명, 재무담당 이사(CFO) 5명, 감사 13명, 부사장 3명, 고문·이사·상무 등이 6명으로 대부분이 고위직으로 재취업했다.



"산업은행의 갑질?" 퇴직자 66% 주거래기업 고위직 재취업


이들 중 ‘회사추천요청’으로 재취업한 경우는 3건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PF사업 운영투명성 확보’(20명), ‘구조조정업체 경영관리 및 가치제고’(2명), ‘투자회사의 경영 효율·투명성 확보 등’(3명) 등을 명분으로 재취업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지난해 부도 사태를 맞은 STX그룹, 동양그룹 계열사에 상당수의 퇴직자를 재취업시켰지만 부실 방지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오히려 금융감독원은 STX그룹 대출 부실과 관련해 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 10여명에 대한 제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산업은행 퇴직자의 거래기업 재취업은 이미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8년~2012년 7월 사이 산업은행 퇴직자(1급 이상) 중 총 68명이 거래기업의 고위직으로 재취업했다. 특히 이들은 산업은행이 해당 기업에 대출이나 투자를 한 날을 전후로 3개월 이내에 재취업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같은 기간 수출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거래기업에 재취업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같은 국책은행이지만 산업은행에서만 유독 '퇴직자의 거래기업 재취업'이 계속돼 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된 지난해 3월에만 7명의 퇴직자를 또다시 거래기업의 고문, 감사 등으로 재취업시켰다. 그 이후에도 올해 6월까지 추가로 8명이 거래기업에 재취업했다.

민병두 의원은 “산업은행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것은 채권 은행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며 “재취업자에 대한 면밀한 취업심사와 함께 취업이력 공시제도를 도입해 잘못된 인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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