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전자, 삼성메디슨 흡수합병한다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김명룡 기자 2014.09.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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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사업부에 편입, 소규모 흡수합병될 듯

삼성전자가 삼성메디슨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에 이은 2차 사업재조정이다. 최근 삼성이 계열사간 사업재조정에 다시 적극 나서고 있는데다 고용승계 문제만 해결된다면 걸림돌이 없는 상황이어서 이르면 연내에 합병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에 정통한 소식통은 1일 “올 3월까지 삼성메디슨에 대한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이 실시됐고 6월부터 출시되는 초음파기기부터 브랜드를 ‘삼성’으로 통일했다”며 “이는 합병을 위한 수순이며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로 흡수통합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고용승계 등 몇 가지 문제들만 해결된다면 곧바로 흡수합병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77,500원 ▲800 +1.04%)와 삼성메디슨의 합병 징후는 곳곳에서 관찰된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 수장인 조수인 사장이 삼성메디슨 대표도 함께 겸직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삼성메디슨의 해외판매 법인을 삼성전자 해외판매 법인에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올 1분기에는 삼성메디슨의 해외판매법인 5곳이 정리됐고 2분기에도 상하이 판매법인을 정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디슨 인수 당시 해외 판매법인들도 함께 인수가 됐다”며 “기존 삼성전자의 국가별 판매법인과 역할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메디슨 판매법인의 기능을 이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6월부터는 삼성메디슨이 출시한 제품에 독자 브랜드 대신 ‘삼성’ 브랜드를 적용하고 있다. 이전까지 삼성메디슨은 ‘아큐빅스’ ‘소노에이스’ ‘유지오’ 등 제품별로 다른 브랜드를 사용해 왔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와 삼성메디슨을 통합하기로 한 것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 재조정의 하나로 풀이된다. 합병을 통해 의료기기 사업부에 삼성메디슨의 노하우를 접목하고 삼성전자의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삼성메디슨이 세계 의료기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지멘스, 필립스 등과 독자적으로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 있다.

삼성메디슨을 삼성전자 품에서 키운 다음 경쟁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자회사로 있을 경우 삼성전자가 지원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인 반면 사업부서 형태가 되면 연구개발비 지원 등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

삼성메디슨은 지난 2011년 삼성전자에 인수됐지만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수당시 2400억원대였던 매출은 지난해 2500억원대로 늘어나는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92억원에서 7억6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1391억원과 17억원으로 크게 나아질 조짐이 보이질 않고 있다.

합병 방식은 주주총회가 별도로 필요 없는 ‘소규모 합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6월말 현재 삼성메디슨의 최대주주는 지분 68.45%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다. 소액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각각 29.24%와 0.28%다. 현행법상 합병으로 인해 발행하는 신주가 10%를 넘지 않은 경우에는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승인만으로 합병이 가능하다. 삼성메디슨의 자산규모가 32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소규모 합병이 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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