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수급조절'로 집값 부양?…'가시밭길' 예고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2014.09.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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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부동산대책]강남 수혜 집중에 지자체·국회협조가 관건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새 경제팀 출범 이후 정부가 내놓은 '9·1 부동산대책'은 '재건축 촉진과 공급 억제를 통한 매매 진작'으로 요약된다. 지난해 4·1대책 이후 줄곧 유지해오던 거래 활성화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과감한 정책이 여럿 등장했다.

지자체의 재건축 규제수단을 무력화시키거나 수년간 민간에 택지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식의 초강수가 그것이다. 그만큼 새 경제팀의 주택경기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담겨있다. 하지만 정책과 시장을 둘러싼 지자체, 건설업계 등의 갈등, 세월호 정국으로 인해 높아진 국회문턱 때문에 대책 실행까지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재건축 띄우고 공급은 차단'
정부는 대표적 재건축 규제였던 △재건축 연한 △구조안전 진단 등을 손보는 것으로 걸림돌 제거에 나섰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과 고시를 바꿔 서울시가 조례로 묶은 재건축 연한을 무력화시키고 구조안전보다 주변 환경을 우선 고려하도록 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는 기본적으로 집주인들이 자신의 소유물(주택)에 대한 소유권 행사(재건축)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불합리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강남발 집값 상승 확산효과'와 함께 '집값 떠받치기'의 또 다른 축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 지정 중단이란 극단적 카드도 꺼냈다. 국토부에 따르면 1980년 택지개발촉진법이 제정된 이후 LH는 지금까지 연 평균 14만7000가구를 공급해왔다. 국토부가 올해 목표로 한 주택 인·허가(37만가구) 물량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청약제도 개편에서 정부 의도는 더욱 선명해진다. 구매력있는 다주택자들이 분양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을 유발, 무주택자들의 주택 구매 기피현상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집값이 대출액보다 떨어져도 담보주택만으로 상환의무를 한정한 '비소구대출'(유한책임대출)은 논란거리다. 공적자금 손실 가능성을 외면하고 거래 활성화와 집값 띄우기를 위해 마구잡이식 대출이 우려된다는 점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완화한 것일 뿐, 무주택자 우대 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집값 하락에도 최소한의 안전판을 확보할 수 있어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강남 활성화 대책?…곳곳에서 '마찰' 예고
재건축 규제 완화가 당장 강남구 개포동 우성3차, 현대1차, 대치동 미도 1·2차, 송파구 가락동 극동아파트 등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 몰려 있다는 게 논란거리다. 사실상 '강남 재건축 대책'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자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현장에서 지자체가 개입해 정비사업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공공관리제'를 '공공지원제'로 변경, 폐지 수순을 밟는 게 대표적이다.

서울시로부터 시공사 선정 시기를 통제받자 시공사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는 조합을 돕기 위한 방안이라지만 서울시와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관리제는 조합과 시공사의 유착을 막고 사업 투명성을 높이는 것임에도 이를 폐지하면 주민 보호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기부채납 적정한도를 설정하는 것도 지자체 자율권 침해 논란 소지가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개발이익을 보장해주는 반면 공공의 이익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 권한을 정부가 획일적으로 통제한다는 시도부터 문제"라고 꼬집었다.

2017년까지 LH가 도심지 외곽 택지지정을 중단하는 데 대해서도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수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데 동의하지만 일방적으로 공급을 차단할 경우 건설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월호 정국에 국회통과도 '예측불허'
이번 대책 실행 여부는 국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하는 법안만 6개이고 관련 내용도 13개에 달한다. 법안 통과 사항 중엔 △공공관리제 개선 △청약통장 유형 단순화 △기부채납 제도 개선 △택지공급 중단 △공공임대 리츠 취득세 감면 등 굵직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가뜩이나 세월호로 여야가 대치중인 상황에서 야당 특성상 이번 대책을 '강남 재건축 대책'으로 비판할 소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말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여당이 발표한 30여개 경제살리기 법안 중 10개 이상이 반서민적 가짜 민생법안"이라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법도 사실상 강남3구 특혜법"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정부는 대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가동돼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4·1 대책 이후 국회에서 법안들이 들쑥날쑥 다뤄지면서 효과가 반감된 측면이 컸다"며 "시장에 확실한 정책 의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가 도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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