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 '조기사퇴' 결심 굳혔다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14.08.2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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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행장 "은행 통합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

김종준 하나은행장 /사진제공=하나은행김종준 하나은행장 /사진제공=하나은행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조기사퇴 결심을 굳혔다.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미래저축은행을 부당 지원한 것과 관련해 지난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지 약 4개월 만이다. 다만 사퇴 시점은 다소 유동적이다. 김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김 행장은 29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백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조기사퇴를 시사하는 발언이다. 김 행장은 지난 4월 중징계를 받은 당시엔 "임기 만료 때까지 은행장 직무를 수행하겠다"며 임기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게 될 경우 연임이 불가능하지만 현직을 유지하는 데는 제한을 받지 않는다. 다만 통상 조기사퇴를 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김 행장은 "은행장 부재로 인해 조직 내 혼신이 나타날 수 있다"며 조기사퇴를 거부했다.

이후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해왔던 김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추진되면서 조기사퇴 결심을 굳혔다. 지난 7월 초 공론화됐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은 지난 19일 양 은행장이 통합을 선언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가 여전히 변수다. 김 행장이 조기사퇴 결심을 한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조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김 행장의 조기사퇴 결심이 하나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은 노조의 동의가 없을 경우 불가능한 경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조직과 직원을 위한 성공적인 조기통합에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하는 의미에서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 행장의 또 다른 제재 가능성도 거취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행장은 올해 초 발생한 KT ENS 납품업체의 사기대출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징계가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KT ENS 납품업체에 가장 많은 대출을 해준 은행이다. 김 행장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KT ENS 관련 징계가 늦어도 10월까지는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김 행장의 실제 조기사퇴 시점은 오는 9~10월 경으로 예상된다. KT ENS 관련 징계가 내리지기 전에 조기사퇴하면서 조직에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김 행장이 통합이 '가시화되는 시점'이라고 밝힌 것도 금융당국에 은행 통합 승인을 신청하는 시점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정태 회장이 연내 통합을 목표로 잡은 만큼 승인 신청은 9~10월 경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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