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14년… '90년 전통 솔표' 조선무약 80명의 몸부림

뉴스1 제공 2014.08.28 15:45
글자크기

부도생활 14년에 기업회생 신청 4전4패"살 수 있다" 80명 직원이 남아 소비자 믿고 외로운 시간싸움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소재 조선무약 생산공장. 90년 전통 우황청심환 광고카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솔표 조선무약의 ‘기업회생’ 신청이 올 상반기중 기각됐다. 2014.08.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소재 조선무약 생산공장. 90년 전통 우황청심환 광고카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솔표 조선무약의 ‘기업회생’ 신청이 올 상반기중 기각됐다. 2014.08.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대로 회사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90년 전통은 자존심입니다. 지금도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찾고 있다는 것이 희망입니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조선무약 공장에선 낯익은 제품들이 생산라인을 타고 있었다. 바로 '90년 전통 솔표'라는 광고카피로 유명했던 '우황청심환'과 2년전부터 편의점 판매가 시작된 '위청수'다. 이 공장에선 이를 포함, 총 8개 품목을 생산해내고 있다.



조선무약의 운명은 기구하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직원수가 700명에 육박했다. 당시로선 적지않은 인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공장인력을 포함해 80명이 전부다. 사연은 이렇다.

한방 및 일반의약품 중시이었던 조선무약은 2000년 의약분업 실시 이후 전문의약품 상승기류에 합승하지 못하고 그해 8월 19일 부도가 났다. 이후 수원지방법원에 ‘화의’ 신청을 해 2002년 7월 채권자집회 98%의 동의를 얻어 화의인가결정이 이뤄졌다. 화의는 2006년부터 통합도산법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현재 폐지된 제도다.



화의개시부터 조선무약은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며 차근차근 빚을 갚아나갔다. 오너가 사재도 70억원 출연했다. 그렇게 해서 2008년 10월말까지 갚은 돈이 약 255억원이다. 그러나 운은 조선무약 편이 아니었다. 2008년 하반기 중요한 판매거래처가 부도를 내면서 회사의 자금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조선무약은 2009년 7월 법원에 첫 번째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기업회생을 위해 4번이나 법원을 들락거리게 되는 또다른 불운의 시작이었다. 2009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한 첫 기업회생계획은 M&A에 희망을 걸었지만 인수자의 자금능력 부족으로 결국 무산됐다. 다음해에 조선무약은 수원지법에 다시 기업회생안을 냈지만 채권자(담보권자 포함)들 중 투자회사인 A사와 제조업체 B사의 반대속에 계획안이 기각됐다.

조선무약은 승복하지 않고 2011년 11월 서울고등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서를 재차 냈다. 그러나 A사와 B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아 다시 기각됐다. 이에 항고를 해 대법원까지 가게 됐지만 대법원은 서울고법의 판결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해 올해 2월 기업회생을 최종 기각했다. 이과정에서 투자사인 A사가 조선무약의 사정을 이해하고 회생에 동의해줬지만 대법원 판결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소재 조선무약 생산공장. 90년 전통 우황청심환 광고카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솔표 조선무약의 ‘기업회생’ 신청이 올 상반기중 기각됐다. 2014.08.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경기도 안산 반월공단 소재 조선무약 생산공장. 90년 전통 우황청심환 광고카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솔표 조선무약의 ‘기업회생’ 신청이 올 상반기중 기각됐다. 2014.08.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조선무약이 처음 법정에 섰을 때부터 지난 2월까지 서울고법과 대법원 등에 ‘조선무약 노동조합’, ‘한국한약무역주식회사’, ‘서울시의약품도매협회’, ‘도매유통업체 10곳’,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관련단체와 업체에서 많은 탄원서를 냈다. 그러나 아쉽게도 법원판결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에 따라 조선무약은 채무재조정의 기회를 갖지 못한채 살지 죽을지 모르는 운명과 맞서 외롭게 싸워가고 있다. 법원 판결은 파산결정이 아니라 회생 기각이기 때문에 굳이 법인을 해산해야할 이유는 없다. 인수자나 투자자가 나서는 것이 최선이지만 실패경험도 있는 탓에 업계의 무관심속에 나서는 이가 없다.

이제 남은 희망은 제품을 믿고 찾아주는 소비자다.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어떻게든 공장을 돌려서 무거운 채무의 짐을 하나씩 벗겨나가야할 처지다. 회사도 공장부지 등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다 내놨다. 채권자들이 알아서(?)도와주면 좋지만 언감생심이다.

남아있는 직원에게 '90년 전통의 솔표'는 놓을 수 없는 자존심이다. 그들에게 일은 일이 아니라 투쟁이다. 현장에서 만난 생산라인 한 근로자는 “90년 전통의 회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우리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적지않다는 것, 임원진의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이 1인 다역을 감수하면서 열심히 일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측도 마찬가지다. 한 중년 노조원은 "수십년을 조선무약인으로 살아오며 버텨왔다"며 "오래 다니다보니 당장 기업회생이 된다 해도 근무할 날들이 많지 않지만 물건만 만들면 팔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정상화시켜 후배들에게 좀 더 여유로운 터전을 물려주고 싶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조선무약 기업회생 위한 탄원서들. © News1조선무약 기업회생 위한 탄원서들. © News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