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기술⑥-1]"프로젝트 결과 공개로 전체 연구 수준 높여"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4.08.3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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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로잔공대와 독일의 CITEC


이탈리아 공대에서 만든 로봇 iCub이탈리아 공대에서 만든 로봇 iCub


스위스에는 연방 정부가 세운 두 개의 공과대학이 있다. 취리히연방공대(취리히공대; ETHZ)와 로잔연방공대(로잔공대; EPFL)다. 독일어권에 있는 취리히공대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다닌 학교로 유명하고, 기초 과학이 강점이며, 지금까지 2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전통 깊은 학교다. 프랑스어권에 있는 로잔공대는 정보통신, 재료, 바이오, 로봇 등 응용과학이 강점이다. 특히 로지텍이나 네슬레와 같은 국제 기업들을 비롯해 100여 개 기업의 연구소가 학교에 위치하듯 산업과 학문의 긴밀한 연계 또한 로잔공대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한다는 것은 학생으로 학교에 입학한다기보다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할 연구원으로 고용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도교수는 학기와 상관없이 프로젝트의 성격과 시작 일에 맞춰 학생을 선발하고 고용한다. 학생들은 학교에 등록금을 내지 않고 상당한 월급을 받기 때문에 경제 부담 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 물론 여느 학교와 다름없이 프로젝트 수행 이외에 일정량의 수업을 들어야 하고, 학사나 석사 과정의 학생 지도도 병행해야 한다.



로잔공대 대부분의 박사 과정 학생들은 한두 개의 유럽연합(EU) 연구 프로젝트(또는 스위스 연방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수행 프로젝트 가운데 자신의 연구 부문이 박사 학위 논문의 주제가 된다. 유럽연합 연구 프로젝트는 적어도 3개 이상의 나라 학교로 구성해 연구한다. 1년에 한두 번 정기 중간 리뷰 미팅을 갖고 며칠 동안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CITEC에서 곤충을 본 떠 만든 정찰로봇CITEC에서 곤충을 본 떠 만든 정찰로봇
미팅 기간에 학생과 교수 모두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서로의 연구를 발표하고 열렬히 토론하는 모습은 한국과 다른 풍경이다. 이처럼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쌓는 연구원, 교수들과의 친분은 프로젝트가 끝난 이후에도 중요한 자산으로 남는다. 새로운 펀딩을 위한 제안서의 중요한 파트너가 된다거나 갓 학위를 받은 박사들이 새로운 자리를 추천받는 등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 결과물 대부분은 일반에 모두 공개, 다른 프로젝트에서 이 결과물을 사용하는 것은 또 하나의 유럽연합 연구 프로젝트 경향이다. 이탈리아공대(IIT)와 로잔공대 등이 함께 한 인간형 로봇개발 프로젝트 ‘로봇컵(RobotCub)’에서는 로봇 하드웨어 설계도부터 전자 회로도, 소프트웨어 하나까지 전부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온라인을 통해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수정 및 보안되어 더 나은 로봇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자신의 연구 결과를 학술 논문으로 게재하는 것 외에 유용하게 쓰일 다른 자료를 잘 공개하지 않는 국내 상황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학교에서는 일주일이면 다양한 분야의 세미나가 수십 개 열리고, 세미나에는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세미나 대부분은 세계 석학들의 최신 연구들로 구성되고, 언제나 학생과 교수들의 열띤 토론이 뒤따른다. 이런 세미나뿐만 아니라 스위스 연방정부는 교수 및 연구자들에게 물질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세계 석학들을 스위스 연방공대의 방문자가 아닌 연구자로 끊임없이 불러들이고 있다.
로봇 전문가 안젤로 캔겔로시 교수가 iCub 로봇을 점검하고 있다.로봇 전문가 안젤로 캔겔로시 교수가 iCub 로봇을 점검하고 있다.
독일의 CITEC는 독일 중북부의 빌레펠트라는 도시에 독일 정부의 ‘German Excellence Initiative’란 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된 연구 클러스터다. 독일에는 이런 클러스터가 총 43개 있으며, 그 가운데 CITEC는 로봇공학 분야에 특화돼 있다. 2007년에 설립된 이래로 매년 600만 유로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총 36개의 연구 그룹에 250여 명의 연구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빌레펠트대의 대학원과 통합되어 있다.

이 연구소의 주된 연구는 생활 가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르기까지 사용자가 쉽고 친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 인지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 이해와 관련 기술 개발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컴퓨터 과학, 로봇공학, 언어학, 생물학, 물리학, 심리학, 스포츠 과학 등 경계를 넘나드는 여러 분야의 학자들을 이 연구소에 모아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함께 연구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의 행동 양식이나 뇌의 지각 능력 등을 연구해 그 결과를 로봇 시스템에 적용해 보고, 그 로봇 시스템이 일반 사용자와 언어로 또는 행동으로 의사소통하며 어떻게 학습하고 순응하는지를 한 공간에서 연구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연구소와 차별화한 CITEC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CITEC는 아시모 로봇으로 유명한 혼다유럽연구센터, 독일 가전회사 밀레 등 여러 기업 연구소와 전략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은 학생과 교수의 끊임없는 토론으로 연구 방향을 재설정하고 연구 결과물을 모두 공유하며, 불필요한 반복 연구를 방지한다. 또 외부와의 학술 교류 및 인력교류를 지속, 연구자의 지식을 항상 새롭게 보완하고 있다. 이 같은 유럽의 연구 시스템은 한국의 연구 시스템이 본받아야 할 점으로 보인다.
글=김승수 박사

김승수 박사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스위스 로잔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독일 빌레빌트 CITEC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커버스토리 '로봇' 목차
[로봇기술①] 글로벌 IT 기업들 미래 로봇시장을 잡아라
[로봇기술①-1] DARPA 로봇틱스 챌린지, 로봇 신기술과 혁신의 경연장
[로봇기술②] 사람을 이해하는 로봇, 가능할까
[로봇기술③] 상황과 환경 인지기술 어디까지 왔나
[로봇기술④] 한국 로봇, 1등 전략만이 살길
[로봇기술⑤] 한국 '로봇 강국' 향해 뛴다
[로봇기술⑥] 해외 로봇기업 대학·연구소 기반으로 독립회사 성장
[로봇기술⑥-1] 유럽 로봇기업, 프로젝트 결과 공개로 전체 연구 수준 높여
[로봇기술⑦] 영화와 소설 속 로봇, 파괴자vs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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