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공대에서 만든 로봇 iCub
유럽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한다는 것은 학생으로 학교에 입학한다기보다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할 연구원으로 고용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도교수는 학기와 상관없이 프로젝트의 성격과 시작 일에 맞춰 학생을 선발하고 고용한다. 학생들은 학교에 등록금을 내지 않고 상당한 월급을 받기 때문에 경제 부담 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 물론 여느 학교와 다름없이 프로젝트 수행 이외에 일정량의 수업을 들어야 하고, 학사나 석사 과정의 학생 지도도 병행해야 한다.
CITEC에서 곤충을 본 떠 만든 정찰로봇
프로젝트 결과물 대부분은 일반에 모두 공개, 다른 프로젝트에서 이 결과물을 사용하는 것은 또 하나의 유럽연합 연구 프로젝트 경향이다. 이탈리아공대(IIT)와 로잔공대 등이 함께 한 인간형 로봇개발 프로젝트 ‘로봇컵(RobotCub)’에서는 로봇 하드웨어 설계도부터 전자 회로도, 소프트웨어 하나까지 전부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온라인을 통해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수정 및 보안되어 더 나은 로봇으로 발전되어 가고 있다. 자신의 연구 결과를 학술 논문으로 게재하는 것 외에 유용하게 쓰일 다른 자료를 잘 공개하지 않는 국내 상황과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로봇 전문가 안젤로 캔겔로시 교수가 iCub 로봇을 점검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주된 연구는 생활 가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에 이르기까지 사용자가 쉽고 친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 인지 능력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 이해와 관련 기술 개발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컴퓨터 과학, 로봇공학, 언어학, 생물학, 물리학, 심리학, 스포츠 과학 등 경계를 넘나드는 여러 분야의 학자들을 이 연구소에 모아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함께 연구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의 행동 양식이나 뇌의 지각 능력 등을 연구해 그 결과를 로봇 시스템에 적용해 보고, 그 로봇 시스템이 일반 사용자와 언어로 또는 행동으로 의사소통하며 어떻게 학습하고 순응하는지를 한 공간에서 연구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연구소와 차별화한 CITEC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CITEC는 아시모 로봇으로 유명한 혼다유럽연구센터, 독일 가전회사 밀레 등 여러 기업 연구소와 전략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은 학생과 교수의 끊임없는 토론으로 연구 방향을 재설정하고 연구 결과물을 모두 공유하며, 불필요한 반복 연구를 방지한다. 또 외부와의 학술 교류 및 인력교류를 지속, 연구자의 지식을 항상 새롭게 보완하고 있다. 이 같은 유럽의 연구 시스템은 한국의 연구 시스템이 본받아야 할 점으로 보인다.
글=김승수 박사
김승수 박사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스위스 로잔공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독일 빌레빌트 CITEC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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