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지상파가 주파수를 버린다고?

머니투데이 신혜선 정보미디어부장 겸 문화부장 2014.08.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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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지상파가 주파수를 버린다고?


미국 연방통신위위원회(FCC)는 2년 전 중요한 정책을 발표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갖고 있는 주파수를 국가에 다시 내놓으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주겠다는 정책이다. 이른바 '인센티브 경매(incentive auction)' 제도다.

지상파 방송사가 공짜로 주파수를 받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공짜로 받아 사용하던 주파수를 국가에 반납하는데 국가가 오히려 돈을 준다?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가 주파수 없이 성립 가능한가?



지상파 방송사의 반발에도 FCC는 이 정책 시행 의지를 발표했고, 최근 자세한 그 경매 일정을 공개했다. 물론 이 제도는 강제가 아니니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이 경매에 참여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주파수를 반납한다는 건 방송 콘텐츠만을 만드는, 즉 프로그램 공급 사용사업자(PP)로 변신한다는 의미다. FCC는 "계속 지상파 방송을 할거야? PP로 전환할 지 이번 기회에 고민해보지? 이참에 돈을 주고 지원할 테니"라는 질문을 던진 셈이다. 물론 정부는 공적 자원인 주파수를 회수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산도 포함돼있다.



이런 정책이 가능한 이유는 우선 지상파 방송조차도 유료 방송을 통해 보는 구조가 일반화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상파 방송을 유료방송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방송사들은 '송출'까지를 의무로 보기 때문에 실제 지상파 방송사의 전파가 도달하는 지역이 보다 넓다하더라도 여러 이유로 TV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야 고급 콘텐츠를 보기 위한 목적이 있지만 애초 국민들이 유료방송에 가입해 TV를 본 이유는 나오지 않는 지상파 방송을 보기 위함이었다. 최근 국내 인터넷TV 가입자가 1000만 가구를 넘었다. 기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은 1400만여 가구로 파악된다. 국내 방송시청가구 수를 1900만 가구 정도로 볼 때 실제 거의 모든 가구가 이런 저런 이유로 유료방송을 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는 지상파 방송의 고비용 구조다. 지상파 방송사가 주파수를 갖는다는 건 특혜다. 하지만 특혜를 유지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특혜로 받은, 지상파 방송사의 존립근거인 주파수는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FCC의 정책 도입은 "제 구실을 하지도 못하는 주파수를 유지하기 위해 고비용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물론 "우리보고 종편PP가 되라고?"라는 인식을 깨지 못한다면 가당치도 않은 접근법이라 일축할 일이다.

세 번째는 미디어산업이 진짜 위기라는 데서 출발한다. 방송을 위시로 한 미디어 산업의 위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FCC의 정책을 '꼼수'로 보지 않고 지상파 방송사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라고 보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지상파 방송사도 올 1분기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민영 방송사인 SBS는 고강도의 경비절감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 정책을 국내에 도입한다면 현 방송법을 전면 개정하는 등 미디어 규제 정책의 틀과 접근법을 완전히 바꿔야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많은 논의 과정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의 본원적 경쟁력은 무엇인가. 21세기 미디어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의미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지상파 방송사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거대 포털 위주로 돌아가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신문 산업은 방송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버린다는 건 몸이 가벼워진다는 거다. 동시에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그런 변화를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변화에서 새로운 생존전략을 고민하는 미디어 기업이 있다면 어떤 방법일지도 궁금해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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