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 표준어 규정에 안맞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물론, 그걸 모두 '자장면'처럼 인정해 줄 수는 없겠지요. 오늘은 준말로 표기할 때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모음 'ㅜ(우)'와 관련된 낱말 얘기입니다.
/사진=jTBC 인기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화면 갈무리(왼쪽).
문제는 우리가 '사귀어라'라고 말할 때, 4음절 아닌 3음절처럼 발음한다는 겁니다. 저 TV프로그램처럼 말이죠. 그 소리를 억지로 준말로 표시하자면 사진 오른쪽처럼 되겠지만, 저 글자는 한글엔 없습니다. "사.귀어.라!", 대안이 있을까요?
그런데 말이죠. 표준어 규정 울타리 안에는 합법적(?)으로 '우'가 사라진 말이 몇 개 존재합니다.
고인 물을 떠서 밖으로 버릴 때 퍼낸다고 하지요. 기본꼴은 '푸다'인데 'ㅜ'가 사라졌습니다. 유일한 '우 불규칙' 동사입니다. 이 경우엔 오히려 '풔(X)'라고 하면 틀립니다.
띄어쓰기한다고 할 때 '띄다'는, 원래 '띄우다'가 맞지만 '우'가 빠진 것도 줄임말로서 인정받은 경우입니다. '(반지를 등) 끼우다'도 '끼다'로 줄일 수 있고, '외우다'도 줄임말 '외다'로 쓸 수 있습니다. '밤샘하다' 역시 '밤새움하다'가 본말이지만 줄임말로서 인정됩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사진=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검색 결과 화면.
'사귀다→사겨(X)'는 말의 몸통을 바꾼 것이기 때문에, 기본형이 '사기다'로 바뀌지 않는 한 어려워 보입니다. 어색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표기는 '사귀어'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피우다'는 좀 달라보입니다. '피다'가 피우다의 줄임말로 인정받는다면 "담배 펴"를 좀더 마음 편하게(?) 쓸 수 있을 겁니다. 앞의 예로 든 단어들처럼 말이죠.
국어사전에 변화가 생기려면, 무엇보다 우리말 사용자들이 많이 쓴다는 '보편성'이 필요합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담배 펴"라고 한다고 해도 다른 곳에선 "담배 피워"를 많이 쓸 수도 있겠지요. 만약 보편성이 인정된다면 심의를 거쳐 수정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 퀴즈입니다.
다음 ' ' 표시 단어 중 맞춤법에 어긋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1. 어제 날짜로 가격이 '바꼈어요'. 2. 쟤는 늘 게으름 '펴'.
3. 좋은 글 '퍼가요~'. 4. 담배 '핀' 놈 누구야?
☞'우리말 밭다리걸기' 모음
정답은 아래(↓)에
1은 '바뀌었어요'가 맞습니다. 기본형은 '바뀌다'입니다. 2는 현재로선 '피워'가 맞습니다. 4도 '피운'으로 써야 합니다.
3번은 기본형이 '푸다'지만 '우 불규칙'이 적용돼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