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파는' 편의점, 月70만원 공돈 생기는 이유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이지현 기자 2014.08.25 07:10
글자크기

담배판매 여부에 따라 매출 20% 좌우…매달 담배회사로부터 받는 광고비도 짭짤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담배가 진열돼 있다./사진=뉴스1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담배가 진열돼 있다./사진=뉴스1


#서울 강남에서 10년 넘게 개인 편의점을 운영해 온 김철형(47·가명)씨는 소비 침체로 매출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큰 걱정이 없다. 하루 매출의 절반 정도를 담배 판매로 얻는데, 경기가 어렵다고 담배 매출이 크게 줄지는 않아서다. 매장 내 담배 진열대 근처에 광고물을 배치하는 조건으로 매달 담배회사로부터 70여만원을 따로 챙기는 것도 짭짤하다.

#3년 전 경기도 부천 중심 상권에서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창업한 남창수(52·가명)씨는 매장에서 담배를 팔지 못해 속만 끓이고 있다. 길 건너편 개인 편의점이 담배판매권을 갖고 있어 시에서 추가로 담배판매권을 내주지 않고 있다. 남씨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담배회사로부터 받아서 나눠주는 담배판매시설 지원금조차 한 푼도 못 받고 있다.



편의점 가명점주들 사이에서는 우스갯 소리로 편의점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담배를 파는 곳과 팔지 못하는 곳. 담배 판매 여부에 따라 똑같은 상권의 똑같은 규모 매장이라고 해도 매출이 크게 차이 난다.

실제 A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가 서울 강남 상권에 위치한 편의점들의 1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점포간 거리가 50m도 안 되는 2개 편의점 중 담배판매권을 가진 점포 매출이 판매권이 없는 점포보다 20%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프랜차이즈 본사 소속 편의점들은 점포당 평균 3000여개 상품을 판매하는데 전체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35.1%에 달했다. 담배를 팔지 못하면 전체 매출을 100으로 볼 때 65에 만족해야 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에 속하지 않은 개인 편의점의 경우 담배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기도 한다.



편의점은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는 상품의 경우 납품 가격의 30% 정도를 이윤으로 붙여 판다. 그러나 담배는 이윤이 납품 원가의 10%에 그친다. 하지만 매출비중이 워낙 높다보니 담배를 빼고서는 편의점 수익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편의점 담배 매출 비중은 2009년 평균 44%에 달했던 것에 비교하면 갈수록 줄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유통되는 담배의 50% 이상이 편의점을 통해 팔릴 정도로 편의점 매출의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에서 팔린 담배는 4조2000억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담배회사들이 시설이용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광고비도 가맹점주의 쏠쏠한 수익원이다. 전국 2만4000여 편의점에서 담배 광고를 하고 있는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 1위 KT&G의 경우 CU나 GS25,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 본사와 연간 단위로 계약을 맺고 매달 광고비를 지급한다.


가맹점주들은 매달 편의점 본사로부터 이 광고비를 배분받는데, 영업 비밀을 이유로 편의점 본사들이 정확한 광고비는 공개하지 않지만 편의점 당 한 달에 30만~5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만약 개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면 담배회사와 직접 계약을 맺고 더 높은 수준의 광고비를 챙길 수도 있다. 이 경우 매장 위치와 진열장 위치, 광고물 크기에 따라 담배회사별로 매달 10만~30만원 씩을 받는다. 매장 위치와 크기에 따라 많게는 200만원 이상의 광고비를 챙기는 편의점도 있다.

이처럼 담배의존도가 큰 편의점 점주들은 최근 담뱃값 인상 논란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담배의 경우 판매가격의 10%인 수익을 본사와 7대3 정도로 나눠 갖는 구조여서 단가가 오르면 그만큼 수익이 더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 최근 현대증권은 담뱃값이 1000원(40%) 오르면 편의점 영업이익도 6~20% 증가한다고 밝혔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담배가 편의점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담배판매권 확보가 신규 출점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금연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가정간편식이나 생활용품보다는 당분간 담배가 편의점 매출의 명암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