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IT기업②] 샤오미, ‘짝퉁’ 굴레 벗고 날갯짓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4.08.2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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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IT기업②] 샤오미, ‘짝퉁’ 굴레 벗고 날갯짓


시장조사 기관인 캐널리스는 최근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현지 업체인 샤오미(小米)에 1위 자리를 내줬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샤오미의 점유율은 약 13.8%(1499만 1570대 판매). 삼성전자는 샤오미에 이어 12.2%(1322만 8430대)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첫 스마트폰을 내놓을 때만 해도 ‘짝퉁 애플’로 불리던 샤오미는 단시간에 삼성전자, 애플의 턱밑까지 추격하며 10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샤오미가 본격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 때부터다. 까만색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스티브 잡스와 자주 비교되는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3세대 샤오미 스마트폰 ‘Mi3’를 공개하며 3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 및 애플 아이폰5S와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같은 사양의 경쟁사 제품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경쟁력으로 샤오미는 지난해 중국 내에서 187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마케팅은 애플, 서비스는 아마존 벤치마킹애플과 잡스 스타일의 제품 발표부터 공개 직전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마케팅까지 애플 따라 하기에 바쁜 샤오미지만 판매 전략은 애플과 정반대다. 성능이 우수한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경쟁사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는 애플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그렇다면 샤오미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애플에 이어 벤치마킹한 곳은 아마존이다.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로 수익을 남기려는 아마존의 전략과 닮은 점이 많다. 아마존이 태블릿PC 킨들 파이어를 저렴하게 판매한 후 전자책·비디오 등 콘텐츠와 서비스를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것처럼 샤오미도 게임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는 것이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돌풍에 만족하지 않고 아이폰이 세상을 바꾼 것과 같은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며 47인치 기준 52만원대의 저렴한 스마트TV를 출시하는가 하면 아이패드 미니와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 Mi패드를 1500위안(약 24만원, 16G)의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다. 이 제품은 7.9인치 크기에 2048x1536의 해상도를 자랑하며, 프로세서는 엔비디아의 쿼드코어 테그라 K1을 쓴다. 운영체계(OS)는 안드로이드 4.4.2 킷캣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샤오미의 또 다른 강점은 구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쟁 안드로이드폰과 달리 자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오미는 안드로이드에 기반을 둔 독자 OS인 ‘MIUI’를 개발,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매주 한 번 업데이트하면서 문제를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구글과 제조사, 통신사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혀서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것과 대조된다. 애플처럼 끊임없이 사용자와 교감하며 업데이트에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사용자를 샤오미의 두터운 팬으로 묶어 두는 것이다.

독자 OS를 쓰기 때문에 구글 자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기존의 안드로이드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면서 플랫폼, 서비스는 아마존 방식을 적용하는 양자의 강점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샤오미의 가격 경쟁력은 2000년대 초 PC 판매 1위를 기록한 델의 주문생산방식(Build to order)을 떠올리게 하는 온라인 유통망에서 나온다. 샤오미는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한다. 제조사가 통신사에 스마트폰을 공급하고 통신사가 다시 사용자에게 판매하는 유통 구조는 판매가의 40%까지 유통비용이 발생하는데 온라인 유통으로 이 비용을 가격의 20% 수준으로 줄였다. 이런 점을 일찌감치 간파한 샤오미는 유통 비용이 판매가격의 1~2%에 불과한 자체 온라인 쇼핑몰 샤오미닷컴을 통한 판매 방식을 고집했고, 마케팅 비용은 물론 판매채널 유지에 드는 비용도 아낄 수 있었다. 온라인 유통은 샤오미 사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샤오미의 영어 이름은 ‘MI’, 즉 Mobile Internet을 의미한다.

MIUI 포럼, 고객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된다.MIUI 포럼, 고객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된다.
사용자 의견 제품에 적극 반영소비자들이 샤오미를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도 성공의 비결이다. 샤오미의 재무제표엔 광고비 지출 항목이 아예 없다.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레이쥔 CEO의 말처럼 광고에 돈을 쓰지 않는 것이다.
대신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잘 활용한다. 특히 900만 명에 이르는 열혈 팬 ‘미펀(米粉·샤오미의 팬이라는 뜻)’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레이쥔 CEO는 창업 초기부터 ‘팬을 위한 스마트폰’을 만든다는 원칙을 세웠으며, 지금도 이를 고수하고 있다. 보통 스마트폰 제조사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자주 하지 않지만 샤오미는 앞에서 언급했듯 매주 한 번 새로운 소프트웨어 버전을 개발해 소비자를 만난다.
레이쥔 CEO는 공식석상에서 스마트폰은 마니아에 의해 좌우되는 산업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마니아가 선호하는 스마트폰이 결국 잘 팔린다는 얘기다. 중국 주요 도시에 직영 고객센터를 두고 샤오미 스마트폰 홍보와 정보 제공, 사용자들과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동시에 각지에 팬클럽을 조성하고 정기 이벤트를 열어 팬클럽의 결속력을 높이는 데도 적잖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내부에 100명 규모의 SNS 전담반을 꾸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객들과 접점을 늘려 입소문 마케팅을 하는 동시에 정보통신(IT) 지식이 해박한 사용자들로부터 조언을 받아 제품 기술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인터넷 투표로 높은 득표를 받은 제안에 표창하는 제도까지 있다. SNS만 살펴봐도 샤오미가 뭘 만들지 대강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결과 사용자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충성도 높은 고객이 늘어난다.

광고 대신 SNS전담팀, 기술자도 현장으로샤오미 내부에는 직원에 대한 핵심성과지표(KPI)가 없다. 레이쥔 CEO가 추구하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샤오미 제품 발표 시 소비자가 열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입 후 사용자들이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사용자 중심이다. 이것이 잘 이뤄진다면 나머지 모든 것은 따라오게 마련”이라는 그의 말처럼 사용자가 즐거워할 것만 생각하라는 게 회사의 주문이다.
이를 위해 샤오미는 기술자들도 판매 일선에서 소비자들과 접촉하도록 장려한다. 사용자와 직접 소통하게 함으로써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는, 즉 소비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소통하는 가장 큰 자산임을 스스로 깨닫게 하려는 것이다. 판매 사원이 불만을 호소하는 사용자에게 자신의 판단에 따라 액세서리 등의 무료 증정 권한을 주는 것도 같은 이유다. 레이쥔 CEO도 매일 1시간 웨이보로 사용자들과 교감한다.

이처럼 꾸준한 고객과의 소통은 앱 사용 시간 1위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내 2만 3000개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샤오미 사용자는 아이폰보다 평균 7% 이상 오래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HTC는 아이폰보다 각각 14%, 27% 앱 사용 시간이 짧았다. 샤오미 사용자의 앱 이용 시간이 긴 것은 주 고객층이 18세에서 34세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이기 때문으로, 주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앱)과 업무 편의를 돕는 생산성 앱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고 혁신성 강한 이용자가 계속 증가한다는 것은 서비스 중심의 사업 구조가 탄탄하게 구축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첫 제품이 독자 OS MIUI일 정도로 샤오미는 소프트웨어에 강하다. 20년 넘게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만 일한 레이쥔 CEO의 발자취 또한 그렇다. 하드웨어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샤오미가 아이폰과 갤럭시 스마트폰을 위협하는 Mi 시리즈를 만들 수 있게 된 비결은 꾸준한 투자다. “하드웨어 총괄 담당자는 모토로라에서 16년 넘게 품질 관리 분야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개발자 대부분도 모토로라 출신이다.” 레이쥔 CEO의 말이다.

샤오미의 창업자들도 인터뷰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체 연구개발 인력 가운데 절반이 구글, 모토로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일한 경력자”임을 빼놓지 않는다. 샤오미는 같은 성능의 스마트폰을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왔다. 패널 크기와 카메라 화소가 동일해도 A등급과 B등급으로 나뉠 수밖에 없는데 초창기 샤오미는 가성비 위주의 대만 제품을 써 왔다. 하지만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애플 방식의 대량 구매가 가능해지면서 같은 가격에 샤프, 소니 등 A급 부품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공개한 4세대 ‘Mi4’는 안과 밖 모두 프리미엄 스마트폰다운 모양새를 갖췄다. 5인치 디스플레이는 샤프와 JDI, 1300만 화소 카메라는 순간 포착 기능을 갖춘 소니 부품을 각각 가져다 썼다. 디자인은 간결하고 근사하다. 다이아몬드 커팅과 하단 스피커는 여전히 아이폰을 닮았지만 193단계에 걸쳐 만들어진 메탈 프레임과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좌우 제로 베젤은 화면 몰입도를 높인다.

1년에 한 개의 모델을 개발, 출시하는 애플처럼 하나의 단말기를 판매하면 이익 창출이 다소 쉽다. 반면에 다기종 전략을 취하는 경쟁사들은 단말기 종류가 많아지면서 이를 관리하는 비용도 덩달아 커진다. 샤오미는 소프트웨어와 품질 관리에 치중하면서 생산·제조는 (애플 아이폰 제조로 제조 능력을 인정받은 팍스콘 등) 아웃소싱을 통하는 IT업체 간의 동반 성장을 지향하는 시너지 효과를 무공장 시스템으로 얻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소 배은준 책임연구원은 “샤오미는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기술·제품·프로세스를 확보함으로써 자사 제품을 혁신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MIUI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또한 외부 업체와 협력할 뿐만 아니라 액세서리도 마찬가지다. 최근 1200여 명으로 늘어난 인력의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서비스 분야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레이쥔 CEO의 기술에 대한 높은 열정은 샤오미 밖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그가 개인 및 회사 명의로 투자한 기업 가운데 홍콩 증시에 상장한 킹소프트, 나스닥 상장 기업 환쥐스다이, 최근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치타모바일 등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이들 기업의 상장으로 레이쥔 CEO의 자산 확대는 물론 샤오미의 성장도 촉진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중국의 IT기업②] 샤오미, ‘짝퉁’ 굴레 벗고 날갯짓
샤오미의 이상과 현실샤오미의 전략은 아마존처럼 하드웨어 외에 전자책·비디오 등 콘텐츠와 서비스 판매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스마트TV 출시에서 짐작할 수 있듯 스마트폰 시장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샤오미는 약 53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1.7억 달러가 액세서리, 앱, 서비스 매출액이다. 게임을 중심으로 한 앱 및 서비스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아마존은 태블릿PC에서 발생한 적자를 다양한 제품과 콘텐츠를 판매해 만회하고 있지만 샤오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샤오미는 지난해 합류한 우고 바라가 해결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제품 담당 부사장이었던 바라 부사장은 샤오미의 향후 제품 개발과 글로벌 시장 공략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레이쥔 CEO는 Mi3 발표 무대에 같이 오른 바라를 소개하면서 “이제 전 세계가 샤오미에 대해 공부해야 할 시간이 됐다고 믿는다”며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려는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바라 부사장은 샤오미 생태계 진화에도 깊이 관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드웨어(스마트폰), 소프트웨어(MIUI), 인터넷 서비스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 샤오미 생태계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 서비스다. 인터넷 서비스를 전달하는 플랫폼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큰 수익이 어렵다면 인터넷 상거래로 판매되는 액세서리, 게임, 앱 등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 샤오미는 아마존처럼 스마트폰에 10% 수준의 낮은 이익을 설정함으로써 사용자를 묶어 두고 인터넷 서비스 중심 사업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씨앗을 뿌리고 있다. 관건은 이 씨앗이 얼마나 큰 나무로 자라느냐에 있다.

그렇다고 샤오미 앞날에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샤오미 열풍은 중국 내수 시장을 포함한 중국권에 한정되어 있다. 배은준 책임연구원은 “샤오미의 올해 판매 예상치는 당초 5000만 대였지만 최근 6000만 대로 상향 조정할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면서도 “2분기 판매량 가운데 97%가 중국 내수에서 소비되었고 연말까지 해외 비중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며 샤오미의 해외 시장 진출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했다.

애플의 잡스처럼 레이쥔 CEO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약점이다. 중국 이외의 소비자들도 레이쥔 CEO의 열혈 팬이 되어야 하는 데 지금의 카피캣 이미지로는 해외에서 중국 같은 브랜드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유지 보수와 고객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유통 채널 확대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다 애플, 삼성전자 등 고급 브랜드들이 샤오미를 의식하기 시작한 것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고급폰 메이커들이 저가 시장을 넘보기 시작한다면 샤오미에는 큰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 이상우 IT 전문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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