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미친 사람들? N0!…글로벌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기

머니투데이 김미한 기자 2014.08.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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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채용 가이드]

토익 점수보다는 회화 능력이, 학벌보다는 체력이 중요한 조직이 있다. 바로 ‘AG’라 줄여 말하는 글로벌 자동차 그룹들이다. 기업들의 가을 공채 시즌을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 그룹의 채용 기준을 알아봤다.

◇신입 사원도 경력 사원도 수시 모집



해외 자동차 메이커는 항상 전분야 인재를 연중 수시 모집 중이다. 국내 기업과는 달리 별도의 매니지먼트(전문 관리자) 전형과 육성 프로그램이 있다. 예컨대 다임러 그룹은 인재육성 프로그램 ‘캐리어(CAReer)’를 통해 5~6회의 다양한 인터뷰와 평가를 진행, 글로벌 역량과 잠재력을 가진 인재를 선발한다.

신입사원은 입사 후 글로벌 다임러 계열사의 해외 법인과 부서에서 순환근무를 한다. 특정 부문 경력으로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차를 둘러싼 모든 업무 환경을 평균 2년 단위로 경험한 뒤, 평가를 거쳐 전문 관리자로 승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우디도 비슷하다. 글로벌 채용 공식 홈페이지(www.audi.com/careers)를 통해 수시 접수한다. 본사 채용 공고의 대부분은 독일어로 게시되지만 영어 공지도 늘고 있다고. 특정 분야와 업무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커리어 데이’ 프로그램이 비정기적으로 운영된다.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는 공채를 통한 직원 선발을 거의 보기 힘들다. 한국토요타가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치렀다.
사진제공=벤틀리 코리아사진제공=벤틀리 코리아


◇럭셔리 메이커는 소수 인원 공채로 도제식 교육

일반 엔지니어 역시 수시 입사가 대부분이지만, 제조 공장 사원의 경우는 매해 소수의 공채를 하기도 한다. 영국 벤틀리는 매년 10여명 내외의 엔지니어 공채를 실시한다. 4년 간 도제 과정을 거쳐야 직접 라인에 직접 임할 수 있다. 지금은 아예 지역 정부와 공동으로 15세부터 18세까지 벤틀리 학교를 다니며 제작 연수를 겸하는 기관 허가를 타진하고 있다.

일본 토요타는 토요타자동차학원과 토요타자동차대학을 나와 지원하면 입사 특전이 있다.


BMW 코리아의 어프렌티스 프로그램도 유사한 경우다. 2004년부터 자동차 학과가 있는 10개 대학과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엔지니어를 재학 중 선발한다. 한국 수입차 최초의 AS(사후서비스) 부문 여성 엔지니어도 이 과정에서 선발했다.

디자이너는 수시 모집이 대부분이다. 지원자가 수시로 포트폴리오(작품집)를 업데이트 하면 해당 부서에 공석이 생길 때 심사를 시작한다. 이후 인터뷰 결과에 따라 채용 계약을 맺는데, 기간은 6개월에서 3년까지 다양하다.

포트폴리오의 경우 우수한 결과물이라도 공동 작업이라면 심사단은 당사자 본인의 실력으로 비중있게 보지 않는다. 한 메이커의 경우 입사 시 재출한 포트폴리오가 대학 시절 팀 공동작업물인 것을 알고 이미 선발한 직원을 퇴사시킨 경우도 있었다.
사진제공=BMW사진제공=BMW
◇첫 직장은 자동차와 맞닿은 화학이나 부품 분야도

파블로 로쏘 크라이슬러 코리아 대표는 생활용품회사 유니레버를 거쳐 1998년 아르헨티나에 진출한 피아트의 매니지먼트(전문 관리자) 과정으로 입사했다.

“디렉터가 되기 전까지 한 업무를 2년 이상 한 적이 없습니다. 전문 관리자 과정으로 뽑으면 세일즈, 재무, 제작 등 전반의 업무를 모두 거치도록 합니다.”

다른 경로로 입사한 경우에도 회사는 전공이나 초기 경력과 상관없는 업무를 맡기거나 해외 법인을 가도록 유도한다. 로쏘 대표에게 그 과정을 버틴 노하우를 물었다.

“덕분에 외국어를 4개 국어 정도 하게 됐습니다만, 원래 성격이 낯선 사람과 어울리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어요. 그러면 모르던 일을 해도 스트레스를 적게 받게 됩니다.”

데이비드 매킨타이어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 대표의 첫 직장은 독일의 한 의약회사였다. 영국에 돌아와 대학을 졸업한 뒤 포르쉐의 1년 짜리 인턴십으로 독일 자동차 업계부터 뛰어들었다. 독일어를 잘 해서 갔을까?

“전혀요. 독일어가 서툴렀습니다. 현지에서자동차 잡지를 즐겨 보며 다시 배웠죠.“

페라리 극동아시아 총괄인 주세페 카타니오의 첫 직장도 홍콩의 화학회사였다. 재무 전문가인 그는 이후 피렐리 타이어 중국 지사장을 거쳐 페라리로 왔다. 페라리는 세계 시장을 미국, 유럽, 극동 아시아 지역, 중국, 중동 및 아프리카의 5개 대륙으로만 나눠 관리하고 있다.

◇임원을 노린다면, 문이과를 넘나드는 학위를 취득할 것

현재 벤츠가 몸 담은 다임러 그룹의 최상위 임원(Board) 7명 중 5명은 공학 학위를 갖고 있고 그 중 디터 제체 회장과 토마스 웨버 개발총괄은 공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다.

지난 1월 퇴임한 포드의 CEO 엘런 머렐리도 전공은 공학이지만, MIT의 MBA를 취득했다. 현재 벤틀리 SUV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마쿠스 애보트도 디자이너 출신의 브랜딩 전공 박사다.

한국 수입차 초기 멤버로 22년 간 포드에 몸담고 있는 정재희 대표의 경우도 그렇다. 그는 공대 출신으로, 현대자동차 공채를 통해 오늘날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의 국제팀에서 3년을 보냈다. 이후 미국 피츠버그의 MBA를 마치고 곧바로 포드 코리아 설립에 합류했다.

정 대표의 말이다.

“유학을 결정하게 된 건, 신입사원 시절, 유럽이나 미주, 중국 등에서 오랜 기간 자라 온 동료한테 자극을 받아서입니다. 영어뿐 아니라 업무 전반을 이해하고 싶었죠. ”

◇‘자동차에만’ 미친 사람을 뽑지 않는다

글로벌 오토그룹은 거대한 조직이다. 동시에 아주 치밀한 분업으로 돌아간다. 일단 배치되는 부서에 따라 점차 길을 찾겠다는 정도로만 계획하고 입사하면 안 된다. 유사한 산업 분야 경력자가 와도 생각보다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수입차 현지 법인의 실무 영역은 수시로 바뀐다. 제 아무리 크고 유명한 곳이라도, 신차 출시 행사를 앞두면 홍보담당 이사부터 제품기획 사원까지 무대 세팅까지 한꺼번에 달려들어야 한다. 취재 중 만난 종사자들이 입을 모아 말 한 첫 번째 덕목은 남의 일을 가리지 않는 협동심과 강철 체력이다. 이들은 자동차에 미쳤다고 말하는 사람을 뽑지 않는다. 명문대학 출신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자동차처럼 어떤 길이 닥쳐도 달리는 능동적인 조직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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