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절의 역사-조선 지식인의 성 담론= 이숙인, 푸른역사, 424쪽, 2만원
'어느 가문 며느리의 행실'에 관한 '소문'을 물고 늘어져 반대파를 공격했으니, 여성(성)이 권력 유지의 '도구'로 사용됐던 것만은 분명하다.
저자는 "정절이 조선시대 역사의 내밀한 원리를 읽어내기에 유용한 개념임에 착안했다"며 "남녀의 문제와 부부의 문제가 결합된 정절은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는 상호 관계성의 개념이지만 조선에서만큼은 여성 일방의 의무개념으로 전개됐다"고 말한다.
◇화냥년=유하령, 푸른역사, 384쪽, 1만4500원
여성의 정절은 임금에 대한 신하의 충과 어버이에 대한 자식의 효와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 하위자의 '의무'였다. 부부의 사적 관계를 반영한 도덕 개념임에도 상강의 질서로 편입되면서 사회 및 국가의 이념과 결부된 공공의 것이 된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여성성에 대한 가치관이 충분히 왜곡될 뿌리를 안고 있다고 봐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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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출판사에서 앞서 출간된 소설 '화냥년'은 병자호란의 비극 속에 여성들이 어떻게 소외받고 상처 입었는지를 그린 내용이다. '정절의 역사'가 조선시대 여성의 정절이 어떤 통치수단으로 활용됐는가를 사료를 통해 조명한 역사서라면 '화냥년'은 소설적 서사를 통해 그 사료를 비극적 사실로 묘사한 셈이다.
주인공 강(康)과 선(鮮)은 전쟁 통에 포로가 돼 혹독한 겨울 추위 속에서 석 달을 걸어 심양(瀋陽)으로 끌려가야 했다. 조선인 포로는 이 과정에서 대다수 죽었다. 청군에게 맞아 죽고, 강간당해 죽고, 얼어 죽고, 병들어 죽고, 압록강에 뛰어들어 죽었다. 포로로 잡힌 이들이 50만 명이나 됐다.
'화냥년'은 청나라에 끌려가 살아남은 조선인 포로 남녀 모두를 가리킨다. 당시는 포로가 되어 살아남았다는 것, 청의 앞잡이가 되어 명군과의 전쟁터로 나갔다는 것, 청에서 살아남아 돌아왔다는 것이 모두 절개를 잃은 '화냥질'이 되어버리는 때였다. '화냥년'이 된 조선인 포로에게 돌아갈 '조국'은 없었다. 제목처럼 그저 '화냥년'일 뿐.
역사서 '정절의 역사'의 사료를 통해 검증된 당시 정절 이데올로기를 대비하자면 화냥년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양반들은 큰 돈을 주고 기껏 속환(당시 명은 돈을 주고 포로를 찾아가도록 했다)했지만, 며느리나 딸의 경우 동네 창피하다고 숨어 살게 하거나 심지어 자결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전쟁 앞에서 "사대부는 상소만 쓰고, 백성만 고통 앞에 내몰린" 형국인데 특히 정절 이데올로기와 전쟁 두 가지를 모두 겪어야한 여성의 고통은 남자보다 몇 곱절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