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아빠' 김영오씨 "교황이 유가족 만난 횟수, 대통령보다 많아"

머니투데이 이슈팀 박다해 기자 2014.08.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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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36일째인 18일 오전 기자회견, 대통령에 공식면담 요청

단식 36일째를 맞는 세월호 유족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교황 이한에 즈음한 유민아빠의 입장표명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던 중 상의를 걷어 올려 앙상하게 마른 몸을 드러내고 있다. 김영오 씨는 이날 방한 기간중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를 전하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사진=뉴스1단식 36일째를 맞는 세월호 유족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교황 이한에 즈음한 유민아빠의 입장표명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던 중 상의를 걷어 올려 앙상하게 마른 몸을 드러내고 있다. 김영오 씨는 이날 방한 기간중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를 전하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사진=뉴스1


세월호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를 전하는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과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김씨는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37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김씨는 지난 18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교황의 메시지를 들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김씨는 먼저 "이번 방한 일정동안 교황은 저희 유가족들에게 크나큰 위로를 주셨다"며 교황께 감사를 표했다.

교황은 14일 입국 때부터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전 면담, 16일 시복식 전 카퍼레이드, 17일 유가족 이호진씨의 세례식, 18일 '평화와 화해의 미사'까지 매일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거나 그들을 위한 기도를 올렸다. 자신의 제의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리본 뱃지를 달고 있었다. 또 세월호 유가족들이 짊어 지고 900km를 걸었던 나무 십자가와 직접 쓴 편지를 바티칸으로 가져갔다.



김씨는 "교황은 힘없고 약한 유가족들의 요청을 다 들어주셨다"며 "마치 이번 방한의 목적이 세월호 유가족의 위로인 것처럼 교황님은 방한내내 유가족들과 함께해 주셨다"고 이를 언급했다.

그는 이어 "반면 박 대통령은 5월 16일 유가족 대표들과의 면담 때 언제든 다시 만나겠다고 하셨으나 다시는 유가족들을 만나지 않았고 언제부턴가 세월호에 대한 언급조차 없어졌다"며 "참사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우리 유가족을 만난 횟수보다 짧은 방한 기간 동안 교황이 유가족을 만난 횟수가 더 많다"고 비판했다.

또 "제가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해 36일째 단식을 하고 있지만 철저히 외면했고 제가 대통령께 쓴 편지를 청와대에 전하면서 대통령께 잘 전달됐는지 확인만 해달라고 했으나 그 요청조차 묵살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함께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고 특별법을 제정하며 유가족들의 의사를 잘 반영하겠다고 약속하셨으나 청와대, 정부, 여당은 국정조사, 특별법 협의 과정에서 비협조, 불성실, 무책임한 모습만 보였고 현재 특별법 제정도 여당의 완강한 태도로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왜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 유가족들이 외국의 종교지도자에게까지 우리의 원통함을 호소해야 하나"고 물으며 "우리는 내 자식이 왜 그렇게 죽었는지 알아야 치유받을 수 있다. 그래서 목숨 걸고 단식까지 하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가 위로받는 유일한 길은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이라며 "그것이 없으면 어떤 다른 지원도 우리 유가족에게 의미가 없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19일 현재 3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제가 정말 두려운 것은 몸이 망가지거나 잘못되는 것이 아니라 유민이와 유민이 친구들의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것"이라며 "물러설 수 없다.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려달라"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유가족과 무관한 교황도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께서 딸을 잃고 사선에 선 이 애비를 외면하지 말아 주실 것을 간절히 촉구한다"며 박 대통령에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단식 농성을 하는 동안 이 씨의 체중은 57kg에서 47kg으로 감소된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주치의 이보라씨는 "김씨의 팔과 관자놀이 근육도 소진돼가는 상태"라며 "이제 단식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저인산혈증, 호흡기부전 등 대사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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