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제대로 못 뜨는' 이재현 CJ회장, 징역 5년 구형

머니투데이 오승주 김정주 이지현 기자 2014.08.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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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선처 가능성은 열려.."이식 받은 신장 수명 10년으로 사실상 시한부 삶"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4일 오후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이용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나빠져 구치소와 병원을 오가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4일 오후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이용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나빠져 구치소와 병원을 오가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검찰이 비자금 조성과 탈세·횡령·배임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1심에서 징역 6년을 구형한 점에 비춰보면 구형량이 줄었다.

재판부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지만 검찰의 구형량만 놓고 본다면 '선처'의 여지가 조심스럽게 열린 모습이다. 특히 이날 법정에서 이 회장은 눈도 못 뜰 정도로 힘겨워하는 등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점을 비춰보면 9월4일로 예정된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검찰, 징역5년·벌금 1100억원 구형

1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한 구형 이유에 대해 "회사를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해야 할 회장이 세금을 포탈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점은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 회장은 횡령 금액 대부분을 회사에 변제했고, CJ가 영화산업을 통해 한국 문화를 수출하고 국민이 잘 살 수 있도록 경제에 기여한 바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1심에서는 징역6년·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지난 2월 징역 4년·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은 항소 이후인 4월30일 구속집행정지 만료로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다. 그러나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6월 다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 재판부가 받아들인 뒤 투병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의 이날 징역5년 구형에 대해 일부에서는 "법원이 선처할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강 악화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이 회장이 집행유예 등 판결을 받아 몸을 추스릴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재판장님, 살고 싶습니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는 "살아서 CJ를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며 "이것이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고, 또 길지 않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이 회장이 이식 받은 신장의 수명은 10년 정도인데 그 사이에 거부반응이 나타나 그 수명이 더욱 단축됐을 것"이라며 "이 회장은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고 밝혔다.

◇눈도 못뜨는 '중증환자'

실제 이날 결심공판에 출석한 이 회장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건강 악화가 뚜렷한 모습이었다. 이날 공판에도 신장 수술에 따른 면역제와 신경안정제를 투여받고 법정에 섰다. 지난해 부인 김희재 씨의 신장을 이식받은 이 회장은 구치소 생활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신장이식 후유증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CMT·근육위축) 증상까지 더해져 몸무게도 평소에 비해 10kg이상 빠지고 혈압도 크게 오르는 등 건강상태가 최악이라는 평가다.

병원과 구치소를 오가며 치료를 받던 그는 6월에는 심한 탈수 증상을 호소했다. 현재는 구속 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신장내과 전문의들은 신장 이식 수술 후 면역 억제 치료 과정에서 이 회장의 CMT 증상이 더 심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철우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신장이식 수술 후에는 이식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3~4가지의 면역억제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며 "이중 스테로이드 제제가 포함되는데 스테로이드가 근육 소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이 회장의 경우 원래 근육병이 있었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근육이 더 심하게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약제가 되레 환자 증상을 더 악화시키지만 면역억제제도 끊을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구속 수감 중이던 이 회장은 지난 5월 고강도의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암 등 신장이식 후유증에도 노출

신장이식 수술 후 사용하는 면역억제제는 면역기능을 떨어뜨려 당뇨와 고혈압, 암 등의 위험을 높인다. 이식 수술로 인해 위장기관에 합병증이 오기도 하며, 골다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신장이식은 투석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다양한 합병증 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김좌경 한림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신장 이식 10년 후 환자 15~20% 정도에게서 암이 생길 수 있다"며 "당뇨의 경우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30~40% 환자에게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식 수술 후 급격한 체중 감소도 신장질환 때문에 있었던 부종이 빠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단 부종이 없던 환자라면 그만큼 영양상태가 나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신장 이식 수술 이후 지난 4월부터 2개월 간 이어진 구치소 생활이 이 회장의 건강 상태에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양 교수는 "이식 후 초기 6개월까지는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못하게 하고 집에서 격리생활을 시키는데 구치소 수감 생활은 더욱 감당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며 "면역계가 크게 약해진 상태에서 구치소 생활은 환자 건강에 치명적인 변수를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법적인 문제는 잘 모르지만 신장 이식 후 현재 환자의 상태를 볼 때 구치소로 이송하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너 부재로 그룹 경영난은 '시계제로'

CJ그룹은 이 회장 부재로 비상경영을 1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오너의 용단이 필요한 '미래 먹거리' 창출은 손조차 대지 못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오너 부재로)창조적인 공격경영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수성에만 급급한 상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영 공백은 곧바로 그룹의 투자 차질로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는 그룹 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대목인데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CJ그룹 계열사가 올 상반기에 중단 또는 보류한 투자 규모만 4800억원에 이른다. 그룹이 당초 계획했던 올 상반기 투자액 1조3000억원의 35%에 달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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