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모병제로의 전환가능성에 대하여

머니투데이 이상목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대학원장 2014.08.14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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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목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대학원장]

지난 4월에 발생한 윤일병 구타사망사건과 병사들의 자살에 대한 연이은 보도는 한국사회에 병역과 관련된 또 다른 형태의 심한 진통을 야기하고 있고, 병역제도 전환에 대한 논의를 다시금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헌법 제39조 제1항과 병역법 제3조에 의해 '내 나라는 내 스스로가 지킨다'는 국민개병주의 원칙에 의해 전면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징병제의 선택배경에는 민주사회에서 국민에게 부여된 참정권에 상응하는 급부로써 병역을 인식하는데 에 있으며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징집되는 강제성이 특징이다.



또한 군의 사회적 대표성을 보장하고, 병역의 양적·질적 소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비전력을 확보하고, 징집인력에 대한 낮은 보수로 가시적으로는 국방예산을 경감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병역대상자 보다 군 소요에 기초한 징집인력이 적을 경우 대체복무제도를 비롯한 부분징집제의 채택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러한 부분징집제에서는 현역복무자와 다양한 형태의 대체복무자(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및 면제자들 사이에 병역의 형평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야기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높은 학력과 능력을 가진 인력에 대한 강제징집 및 배치로 국가인적자원의 비효율적 운용과 높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된다는 점이다.



징병제의 사회적 비용은 징집된 병사가 민간부문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 지급되는 보수를 묵시적 과세 또는 현물세의 형태로 국가에 납부하는 것과 같고, 이러한 개인차원의 기회비용을 남성의 학력별·연령계층별·근속연수별 급여를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2009년말 기준으로 비가시적 연간 사회적 비용은 약 9조원에 달하고 있고, 2013년말 기준으로는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회적 비용은 현역복무자 이외에 수 많은 대체복무인력의 기회비용을 포함할 경우 훨씬 더 증가한다. 따라서 이러한 개인적 기회비용의 합인 국가적차원의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시, 징병제가 비용측면에서 오히려 모병제 보다 값비싼 제도일 수 있고, 징병제의 특징으로 작용하는 국가의 강권력에 의한 인력의 용이한 충원과 이들 인력이 군복무기간 동안에 받는 임금이 민간경제부문에 종사하는 인력의 임금과 비교해 현저히 낮아 국방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그 설득력이 취약하게 느껴진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군복무인력이 강제 징집되어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된 보수(상병기준 13만 4,600원)를 받는 반면에 군사적 자본재는 시장가격에 의해 조달됨에 따라 병사보수와 자본재 사용가격 사이에 전투력요소의 상대가격에 대한 왜곡현상이 불가피하게 나타나고 이는 인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투입하는 군인력의 과잉현상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군인력의 과잉현상은 방산기술의 발전과 현대화를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체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현대전에서는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자본재 투입으로 국가의 안전이 효과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인력의 과잉투입현상은 국가안보목표의 달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한편, 징병제와는 달리 모병제는 인간의 자발성과 동기유발, 고도산업사회의 분업원칙에 기초한 제도로써 군인력 부문에 시장 경제적 노동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적용함에 따라 징병제에서 나타나는 병역부담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인적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성취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발적 동기유발에 근거해 형성된 인력집단의 구성원은 동질성과 일체감에 기초한 행태를 보임에 따라 구타나 가혹행위와 같은 물리적 충돌과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다. 물론, 모병제 전환에 따른 가시적 비용이 어느 정도로 늘어날지는 총병력규모와 병사·간부의 비중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보다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사항은 모병제는 직업화, 전문화를 의미함으로 병사의 생산성 향상과 그에 수반되는 인력감소효과로 모병제 전환에 소요되는 추가적 예산이 사회 일각에서 우려하는 만큼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모병제 전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병력규모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 가정하고 그 인력비용을 산출하는 것은 전문화로 인한 생산성향상과 인력조정의 가능성이라는 모병제전환의 장점을 간과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논의한 징병제와 모병제의 장단점에 관련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한 국가의 병역제도의 선택은 그 국가가 처한 안보위협의 강도와 경제적 수준, 정치체제, 국민의 가치관과 역사적 경험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하여 채택될 수 밖에 없겠으나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전제되어야 할 사항은 병역제도의 전환이 현대전에서 국가안전보장을 담보할 수 있는 '한국적 군사전략'과 '미래지향적 군사력건설'의 일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에서 병역에 관련된 관심과 갈등은 과거 군필자 가산점제도의 위헌판결 및 재도입 논쟁, 대선․총선 후보자 및 고위공직자의 병역공개, 병역비리사건 보도 및 양심적․종교적 이유의 병역거부, 병역기피 목적의 국적포기, 일부 연예인의 신체훼손 등의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어 왔다. 또한 최근에는 군필자가산점제도의 재도입을 둘러싸고 남성과 여성, 현역복무자와 대체복무자(공익근무요원, 산업기능요원 등), 병역이행자와 미필자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 따라 징병제에서 나타나는 막대한 비가시적 사회적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병역을 둘러싸고 야기되고 있는 무수한 사회적 갈등을 제거한다는 측면에서 인식의 시각을 넓혀나가면 제도전환이 한층 용이하리라 생각된다.

이상목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대학원장 / 사진=국방대학교 제공이상목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대학원장 / 사진=국방대학교 제공


◇ 이상목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대학원장
△ 독일 국립함부르크대학교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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