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빌라 고무통 변사 사건을 조사중인 경찰 관계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포천군 신북면 피의자 이모 씨 집에서 현장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자신의 집에서 직장동료 이모(49)씨를 스카프로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고무통 안에 넣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4.8.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포천 빌라 고무통 변사사건이 더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는 것은 평범해 보이는 가정, 집안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가장 사랑하고 신뢰해야 할 사람으로부터 살해 당한 것이 아니냐는 정황적인 의문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토록 참혹한 범죄 현장에 연루된 사람들이 가족이고, 애인이었기 때문에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충격이 더욱 크다. 삶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필수 기본 울타리인 가정의 극단적 파괴 현장을 이 사건을 통해 목격한 것이다.
큰아들(28)은 다른 지방에서 살았고, 둘째아들은 사고사 했으며, 막내아들(8)은 학교에 입학하지도 못하고 홀로 쓰레기장 같은 집 안에 시신과 함께 방임된 상태였다. 이씨는 남자들과 어울려 다녔다. 이들의 가정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파탄 났다.
남편의 행적은 2004년 4월까지 포천시의 한 농장에서 근무했던 기록을 끝으로 사라졌다. 이씨와 큰아들은 남편이 그해 가을 돌연 자연사했다고 주장했다. 남편의 사인이 무엇인지 모자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씨는 남편의 시신 옆에서 울다가 며칠 뒤 베란다에 뒀고 그후 고무통에 넣고 뚜껑을 닫아 보관했다. 아들에게 알려서 서로 매장하기로 약속한 뒤 그대로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남편을 사랑했기에 시체를 보관했다’고 말했지만 앞서 진술한 바에 따르면 부부는 아들의 사고사 이후 관계가 악화됐다. 시신을 보관한 이유에 대한 이씨의 주장이 설득력이 잃는 대목이다. 남편의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까닭과 시신 보관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씨의 복잡한 치정관계로 부부가 다툰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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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2006년 방글라데시 출신의 남자와 교제해 막내아들을 낳은 이후로도 수많은 남자들과 어울렸다고 전해졌다. 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고 전해진다. 사회안전망, 복지서비스 시스템에서 남들보다 혜택을 덜 받는 이들이다. 이씨의 가족 또한 정상적으로 사회 속에 융화되지 못하고 배제됐고 지독한 환경 속에서 고립된 채로 발견됐다.
포천 빌라 살인사건의 집은 외부인들과 극도로 단절된 도심 속의 섬과 같았다. 빌라 내부는 쓰레기장의 모습이었고, 작은 방안은 엽기적 무덤이었다. 대형 고무통 이씨가 한때 사랑했다는 남성 2명의 시신을 넣은 관이었다. 막내아들은 이런 집 안에서 대체로 혼자 방치된 채 TV를 보거나 울면서 지냈다. 가끔 창 밖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악을 썼다고도 주민들은 설명했다.
더구나 이런 집 안에서 내연남과 다투면서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했다. 이 폭력행위를 막내아들은 목격하거나 듣는 등 직간접적으로 인지했으리라 추정된다.
경찰은 이씨가 이토록 끔찍한 환경 속에 미취학 아동을 가둬놓고 정서적인 악영향을 형성케 해서 발달을 해친 것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를 적용, 내연남 살인·사체은닉 혐의와 함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8일 경찰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남편의 사망원인에 대해 계속적인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씨의 정신병력에 대한 감정을 통해 보다 다각적인 범죄심리 분석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홀로 남겨진 아이는 아동보호기관으로 옮겨갔다. 경찰은 아이의 정신적인 측면을 고려해 사건 관련 일체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아동보호기관이 아이를 적절하게 보호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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