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근무 수당은 나오는 거죠? 출·퇴근 체크는 어떻게 해요?"
"네? 뭐라구요?? 자기 짐 포장하는 데 근무수당요???"
"당신의 마니또(수호천사)는 저에요. 이거 제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아이 참, 왜 마니또인 걸 밝히고 그러세요."
"아니 왜요? 마니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았어요? 알아야 앞으로 더 친해질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마니또가 누군지는 굳이 알고 싶지 않아요. 그냥 누군가가 따뜻하게 나를 보살펴 주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는데 팀장님이 깨버렸어요."
컴퓨터와 전화 앞에 앉아있는 1분 1초까지 기록되고, 숨소리 하나까지 녹음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효율성이란 미명 아래 휴식시간까지 측정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예전엔 몰랐어요. 판매실적, 문의 콜 수, 응답시간, 대기시간…. 온갖 수치와 데이터들이 얼마나 큰 압박인 지도요. 거대한 기계 속의 부품이 된 느낌일 것 같아요. 그런 압박감 속에서 인간미와 동료애를 느껴보려고 특이하게도 1주일이란 긴 기간 동안 마니또로서 서로를 소소하게 챙겨준다는 걸 저는 나중에야 이해했습니다. 근무시간을 왜 그리 철저히 따지는 지도요.
사실은 저도 요즘 고민이에요. 데이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사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을 직접 대면할 때는 어색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요. 눈 마주치는 걸 피하기도 한 것 같아요. 혼자 밥 먹는 게 편하기도 했어요. 제가 아주 활달한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는 걸 좋아했는데 말이죠.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서로가 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같은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니까요. 이렇게 쓰다 보니 저부터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이 되네요.
이 시각 인기 뉴스
얼마 전 10주년 기념행사에서 근속상을 받으며 소감을 말씀하시던 직원 분의 눈물이 제 마음을 뭉클하게 했어요. 전화 걸고 받으며 집도 차도 장만했고 아이들 커가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힘든 시기 이겨내고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셨죠. 그래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리 얼굴 보는 기회 많이 만들고 이야기도 많이 해요.
아직 부족한 게 많은 팀장이지만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일상의 소중함, 동료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있음을,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이 기회를 빌어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러분, 이제 마니또 밝히지 않을께요!"
-E회사 콜센터 S팀장이-
지난 4월 열린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국민 홍보 캠페인' 모습/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