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조정에 증권사들 "3000억 질러" 방어장세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4.08.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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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급락-외인 선물 매수로 베이시스 강세...'물 만난 차익 거래'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와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디폴트)에도 코스피는 탄탄한 방어력을 과시했다. 금융투자의 공격적인 주식 매수가 지수 하락에 쿠션 역할을 한 덕분이다.

1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3.02포인트(0.15%) 내린 2073.10에 거래를 마감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815억원, 66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고 기관이 2549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관투자자 중에서는 금융투자가 3117억원 매수 우위로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연기금과 보험, 사모펀드도 각각 146억원, 154억원, 197억원 순매수를 보였고 투신과 은행은 727억원, 379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투자주체 가운데 금융투자란 증권사를 의미한다. 즉,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이용해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통 프랍(prop) 데스크라고 불리는 부서에서 투자를 실행한다. 자기자본 투자의 특성상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기에 주식 직접 매매보다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차익거래를 많이 한다.

아르헨티나 디폴트 뉴스에 시장이 크게 출렁인 이날은 차익거래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차익거래는 통상 베이시스(선물과 현물의 가격차)가 강세인 날 매수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이날 선-현물 가격차가 크게 벌어졌던 것이다.



시작은 실망스러운 배당을 발표한 삼성전자 (77,500원 ▲800 +1.04%)의 약세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3.80% 하락한 129만2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 연속 급락했는데 그 충격에 코스피200지수 현물도 0.42% 내린 268.56에 마감했다.

하지만 선물시장은 강세장의 연장선상에서 분위기가 좋았다. 외국인이 코스피200지수 선물을 2783계약 순매수하며 선물은 상대적인 고평가가 계속됐다. 결국 선물은 고평가인데 코스피200지수 현물은 삼성전자 급락으로 약세를 보이자 베이시스 강세가 나타났고 차익을 먹으려는 금융투자의 돈이 증시로 유입된 것이다.

이날 유입된 금융투자의 3117억원 순매수는 대부분이 차익거래였다. 3117억원 가운데 약 400억원은 실제 현물 주식 매수였지만 나머지는 비차익 매수(2754억원)로 나타났다.


금융투자가 차익거래를 했는데 차익매수가 아닌 비차익매수로 잡힌 이유는 이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해 코스피200지수 현물을 매매해서다. ETF를 이용해 차익거래를 하면 거래세가 면제되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실제로는 차익거래를 했지만 프로그램 비차익으로 주식을 많이 산 것 같은 착시 효과가 나타났다. 외국인도 현물시장에서는 전체적으로 666억원 매도 우위였지만 차익거래로는 약 8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와 비교할 때 상대적인 강세장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코스피200지수 선물이 강한 상승 압력을 받으며 낙폭을 제한했다"며 "대외 악재 발생에도 이만큼 베이시스 강세가 유지된다는 것은 강세장 기조가 이어진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오랜만에 활기를 띠며 차익·비차익 순매수 합계 5928억원을 기록했다. 우정사업본부의 거래세 부과로 사실상 죽은 상태였던 차익거래 시장이 살아난 것도 강세장의 한 징조라는 분석이다.

결국 삼성전자 하락으로 현물이 약세를 보이는데 외국인의 선물 매수에 선물이 고평가를 유지한 것이 이날 '방어장'의 핵심이었다.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코스피 숨고르기가 잠시 나타나고 있지만 선물시장에서는 강세장 분위기가 여전하고 그 영향이 코스피의 조정폭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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