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조홍근의 내 몸 건강 설명서] 더운 여름, 진짜 보약은 따로 있다!

머니투데이 조홍근 (연세조홍근내과 대표원장) 2014.08.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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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멍하고 힘이 없고 하루 종일 졸리기만 합니다."

요즘 많은 환자분들이 호소하는 증상입니다. 혹시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두려워 병원에 찾아와서 검사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 이 증상은 의외로 탈수증입니다. 탈수증이라고 알려주면 어이없어 하는 환자도 있고 다행이라며 가볍게 여기는 경우도 많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증상이기도 합니다.

우리 체중의 2/3는 물로 이루어졌습니다. 70kg 성인을 살펴보면 물이 42L입니다. 세포 안의 물은 28L, 세포 밖의 물은 14L, 혈장은 3.5L(피의 전체 총량은 5L), 세포간질액은 10.5L입니다. 사람이 순전히 물 덩어리입니다. ‘물살’이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하루에 최소한 어느 정도의 물이 필요할까요? 나이와 성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약 2500cc 이상이 필요합니다. 우리 몸에서 나가는 물이 하루 2500cc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섭씨 20도라고 가정할 때 소변으로 약 1400cc, 대변으로 200cc 정도가 배출됩니다. 땀으로는 100cc 정도가 나갑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800cc는 어디로 나갈까요? 어디로 어떻게 나가는지 모른다고 해서 ‘느끼지 못하는 손실(insensible loss)’이라고 부르는 이 물은 피부와 호흡으로 증발됩니다. 소변 다음으로 많은 양이지만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합니다. 밀폐된 자동차 안에서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차창이 뿌옇게 흐려지는데, 그것이 바로 호흡으로 배출되는 수분입니다. 이처럼 우리 몸이 내보내는 물은 소변 + 대변 + 땀 + 호흡 + 피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름철이 되면 기온이 올라가니까 땀도 더 많이 나고 피부로 나가는 수분도 훨씬 많아집니다. 집이나 직장에 에어컨 시설이 잘되어 있어 전혀 땀이 나지 않는다 해도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에어컨에서 나오는 공기는 습기가 없는 상태이므로 오히려 호흡과 피부를 통해 우리 몸의 물을 더 많이 빼앗아 갑니다. 땀이 안 났다고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몸에서 물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탈수’라고 하고, 탈수의 정도에 따라 여러 증상이 나타납니다. 체중에서 약 1% 정도의 물이 빠져나가면 단순히 갈증만 느낍니다. 그러나 2~5% 정도의 물이 빠져나가면 두통, 피로, 갈증, 무기력함 등의 증상이 발생합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호소하고 있는 증상들입니다. 물이 이보다 더 많이 빠져나가면 맥박이 빨라지고 체온이 상승합니다. 8% 정도 탈수가 진행되면 어지럽고 사지에 힘이 빠집니다. 쥐가 나는 사람도 많습니다.

물이 모자라면 갈증을 느끼고 물을 마시면 문제가 쉽게 해결되겠지요. 그러나 탈수되는데도 갈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문제가 됩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물 부족을 느끼는 뇌의 센서가 무뎌집니다. 그래서 몸은 탈수가 되었는데도 갈증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이 마르지 않으니 물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저 두통과 전신무력감, 피로 등이 생기니 병에 든 것이 아닐까 걱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 같은 여름에는 특히 물을 많이 마셔야 합니다. 물론 위에 언급한 증상들은 탈수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발생할 수 있지만, 일단 물을 제대로 마셔보고 판단하면 됩니다.


물을 시간당 한 컵씩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소변이 마려울 수도 있지만 화장실에 가는 것도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운동이라 나쁘지 않습니다. 적어도 하루에 2.5L는 물을 마셔야 하는데 음식으로도 수분을 섭취할 수 있으니 오롯이 물 자체를 2.5L만큼 마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자기 전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물을 자주 마셔야 좋습니다.

그럼 어떤 물을 마시면 좋을까요? 찬물이 뜨거운 물보다 흡수가 잘되고 체온 냉각효과도 있으므로 장이 나쁘지 않다면 찬물을 드세요. 야금야금 나눠 마시기보다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면 흡수가 더욱 잘 되니, 한 컵을 꿀꺽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스포츠 음료와 물, 둘 중 무엇이 더 좋을까요? 스포츠 음료에는 약간의 당분과 전해질이 있습니다. 격한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괜찮지만, 아마추어 수준의 운동을 하고 스포츠 음료를 마시면 살이 찔 수 있으니, 과격한 운동을 즐기지 않으면 그냥 물을 드세요.

운동 중에는 물도 마시지 않아야 살이 빠진다는 말이 있는데, 그러면 운동능력도 떨어지고 몸에도 좋지 않습니다. 운동 15분 전부터 물을 마시고 운동 중 15분마다 갈증이 나지 않아도 물을 마셔야 합니다. 등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갈증을 느낄 때 물을 마시면 이미 늦은 것입니다. 등산 시작 전에 물을 마셔야 합니다. 물을 마시지 않고 운동을 하면 쥐가 잘납니다. 밤에 쥐가 나는 증상도 탈수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땀을 많이 흘렸다고 소금을 물에 타서 마시는 사람도 있는데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땀에 소금기가 있어 짠맛이 나니까 땀으로 우리 몸의 염분이 많이 빠져나간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땀에 속한 염분은 혈액에 포함된 염분의 1/3도 되지 않는 적은 양입니다. 그러니까 땀을 많이 흘릴수록 몸의 염분에 비해 수분이 더 빠져나가는 셈이므로, 소금이 아닌 물을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맥주 3000cc는 잘 마셔도 물 3000cc 마시기는 쉽지 않지요. 맛이 없기 때문인데 기호에 따라 레몬 같은 과일즙을 넣어 먹어도 좋고, 물 대신 허브차나 우롱차 등을 마셔도 됩니다. 커피는 탈수를 유발하기 때문에 적당히 마시는 편이 좋습니다. 술은 당연히 물이 아닙니다. 마시면 취하고 열나고 탈수 현상만 나타나니 술을 물 대신으로 마시면 절대 안 됩니다.

요즘 같은 무더운 날씨에 별다른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머리가 무겁고 졸리고 몸이 힘들다면 일단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 보세요.

우리에게 물은 결코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필수 요소이지만, 특히나 여름에는 무엇보다 몸에 좋은 보약이기도 합니다. 시간 날 때마다 물을 챙겨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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