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린 뒤 바꾼들…" 유출된 내 주민번호 바꿀수 있다고?

머니투데이 강미선 진달래 기자 2014.07.3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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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호 대책]"피해 입증 등 변경하기 쉽지 않아"

주민등록번호 변경 허용 방안/자료=안전행정부주민등록번호 변경 허용 방안/자료=안전행정부


정부가 31일 개인정보보호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올 초 잇단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폐지 주장까지 나왔던 주민등록번호제도는 제한적 수준에서 변경을 허용키로 하면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이날 내놓은 개인정보보호 정상화 대책의 주요 내용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개인정보범죄 처벌 강화 △주민등록번호의 제한적 변경 허용 △인터넷·불법 유통시장 개인정보 삭제·파기 △감독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기업 정보보호 투자 활성화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률 및 행정체계 개편 등이다.



올 들어 신용카드3사(8700만건), KT (37,250원 ▼450 -1.19%)(1170만건) 등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국무조정실장 및 18개 기관 차관급으로 범정부TF를 구성한 지 6개월여 만에 나온 대책이다.

유출된 개인정보에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 정보가 대거 포함되면서 그 동안 주민등록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개편안은 담기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주민번호 관리체계 전면 개편 문제는 개편과정에서의 혼란과 악용 가능성, 국민 불편 등이 수반될 수 있다"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 인만큼 전문가 의견, 국민 여론 등을 충분히 수렴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9월 공청회를 거쳐 주민번호 관리 체계 개편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대신 올해 안에 법을 개정해 '주민등록번호의 제한적 변경 허용'을 시행키로 했다. 유출된 주민번호를 악용한 2차 피해를 방지하고 국민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정부는 밝혔다.


현행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는 경우는 '가족관계등록부 사항의 변동이나 번호에 오류가 있을 때'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으로 번호가 유출되고 도용·변조돼 생명·신체를 해치거나 재산상 중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 확실한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 △성폭력 피해자로서 주민번호 유출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 등의 경우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주민번호 변경이 예외적으로 인정되지만 실제 일반인들에게 어느 정도 적용될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보안업체 관계자는 "주민번호 유출로 생명·신체 위협이나 경제적 피해를 볼 것이 확실시 돼야 주민번호를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결국 그것을 개인이 입증해야 한다"며 "정보유출 이후 스팸문자가 부쩍 더 많이 와 피해에 대한 심증이 큰데 그것만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주민번호 변경 허용에 대한 세부 적용기준, 신청절차 등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주민번호를 변경하더라도 이미 유출된 뒤에는 시기적으로 무용지물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통상 주민번호, 이름, 휴대폰번호 등이 유출되고 나면 유통업자 등을 통해 한달 내 관련 업체에 정보가 들어가고 마케팅 등에 활용되기 마련. 유출 사고를 해당 기업이 인지하기 까지도 시간이 걸리지만 고객에게 유출 사실을 알리고 난 뒤 개인이 행정절차를 밟아 주민번호를 바꾸면 이미 1~2년은 지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주민등록번호 피해를 예방하려고 개선 논의가 있는 것인데, 피해가 발생하면 변경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불안함을 느끼는 국민이라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주민번호 변경이 가능해지는 시점에 맞게 모든 개인정보정책을 재정립해 유출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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