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같은 무대에서 록의 혁명군 되고 싶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4.08.02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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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 슈퍼루키' 우승 록밴드 리플렉스 인터뷰…록과 솔(Soul)의 오묘한 조화

록과 솔(Soul)의 오묘한 조화로 본능의 라이브 무대를 꾸리는 신인 록밴드 리플렉스. '펜타 슈퍼루키'를 통해 우승을 거머쥔 이들은 2일 인천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사진제공=브이엔터테인먼트록과 솔(Soul)의 오묘한 조화로 본능의 라이브 무대를 꾸리는 신인 록밴드 리플렉스. '펜타 슈퍼루키'를 통해 우승을 거머쥔 이들은 2일 인천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사진제공=브이엔터테인먼트


45도 삐딱한 자세로 보던 식상한 관람을 한순간 뒤엎은 건 ‘그들’이 출연하면서부터. 촌티도 약간 배어있고, 나이도 제법 있어보이는 이들의 외형은 노래 앞에서 ‘무늬’로 존재할 뿐이었다.

4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관객을 일순간 몰입시키는 능력은 출연자 중 단연 최고였다. 괴성을 지르는 보컬이 아닌데도 그 전율의 파장이 폐부를 찌르고, 기교가 뛰어난 연주자들이 아님에도 합(合)의 연주가 심장 박동수를 제어했다.



데뷔 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신인 밴드 리플렉스(Reflex)다. 이들은 최근 인천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이 주최한 신인발굴 프로그램 ‘펜타 슈퍼루키’에 참가한 본선 16팀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 그 여세를 몰아 펜타포트 무대에 오를 최종 3팀에 결국 뽑혔다.

2일 오후 1시 펜타포트 무대에 서는 이들은 오랜만에 맛보는 ‘본능의 록밴드’다. 라이브에서 보여준 그 원초적 질감의 사운드와 밴드 태도의 깊은 각인때문인지, 지난해 싱글 4곡을 모은 미니음반을 다시 찾아듣는 ‘역청취’ 현상까지 만들어냈다.



“라이브를 보고 음반을 찾아듣는 건 아마 우리의 태도때문일 거예요. 우리에게 무대는 전쟁터같은 곳이거든요. 잘 못하면 죽는거고, 잘해야 살아남는 곳이죠. 목숨걸고 쏟아붓는 개념이 아니라 쏟아붓지 않으면 안되는 현장인 셈이에요.”(리플렉스)

그렇다고 이들의 라이브가 죽을 힘을 쓰는 듯한 작위적 연출로 일관하는 것도 아니다. 흘러내린 앞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객석이 아닌 자신을 향해 쏟아내는 보컬의 열정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라이브를 꾸리는 동안, 이들의 태도는 ‘대중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무시하는’ 이중의 곡예를 아슬하게 타고 있는 듯했다.

"전쟁터같은 무대에서 록의 혁명군 되고 싶다"
리플렉스는 조규현(보컬,기타·27), 홍석원(기타·28), 변형우(베이스·28), 신동연(드럼·26) 4명으로 지난 2012년 꾸려졌다. 이 나이 또래가 보통 밴드를 구성해 그리는 그림은 록에 일렉트로닉을 섞은 하이브리드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은 오로지 ‘실연’에 집착한다.


홍석원은 “남들이 무조건 좋다고 하는 것에 삐딱한 시선이 알게 모르게 배어있다”고 했고, 변형우는 “다른 장르를 차용하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어도 록의 원형을 잃지 말아야한다는 원칙은 지키려고 한다”고 했다.

이들 음악의 특이함은 록의 원형에서도 다른 장르의 음악에서 느낄 법한 ‘감정선’이 공유된다는 것이다. 마치 미국 록그룹 마룬5처럼, 록과 솔(Soul), 록과 리듬앤블루스(R&B)가 공존한다고 할까. 이런 느낌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이는 보컬 조규현이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은 사실 마이클잭슨이나 스티비원더 등 흑인 음악 계열이었어요. 록을 많이 한 편은 아니었죠. 그래서 록의 스트레이트한 줄기는 이어가되, 그 안에서 저를 포함한 다른 악기들의 그루브(groove·리듬감)를 덧입혀 개성있는 색깔을 내려고 했어요. 그건 우리들의 욕심이자 의도였죠.”

"전쟁터같은 무대에서 록의 혁명군 되고 싶다"
록으로 반응되고 솔(Soul)로 읽히는 이들의 묘한 선율은 지금까지 발표한 4곡에서 신선한 청량감으로 발현된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록의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따라 부르기 쉬운 대중적 후렴구, 마디마디를 넘길 때마다 리듬 파트의 차진 그루브와 보컬의 애잔한 음색은 가장 쉬우면서 해석이 묘한 언어로 포장됐다.

이들의 음악을 지켜본 음향 감독은 “완전히 로킹하지도, 완전히 그루브하지도 않은 묘한 느낌이 있다”며 “이 팀은 레퍼런스(참조)가 없어서 신선하다”고 평가했다.

“우리가 록의 전통 계승자는 아니에요. 하지만 록의 혁명군이 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비슷한 장르의 한 팀이 되는 게 아닌, 우리 개성과 느낌이 살아있는 유일한 팀으로 평가받고 싶거든요.”(리플렉스)

오는 10월 쯤 첫 정규 음반을 내는 이들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좀 더 다양한 장르가 섞인 모듬 음악들을 담을 생각이다. 이들의 활동이 앞으로 그룹명처럼 ‘반사작용’ 효과가 클지는 사실 미지수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여러 곳에 ‘반사’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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