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 단원고생 "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머니투데이 김정주 기자 2014.07.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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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안산지원서 생존학생 증인신문 열려

 28일 오후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경기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증언한 뒤 귀가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014.07.28
/뉴스1 28일 오후 세월호 침몰사고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경기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사고 당시 상황을 증언한 뒤 귀가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2014.07.28 /뉴스1


"캐비넷에 갇혀있는 동안 계속 밖에 있는 애들 이름을 부르면서 살려달라고 했어요. 이대로 진짜 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28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401호법정.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단원고 학생 A양은 세월호 침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떠올렸다.



재판부의 배려로 친구 및 보호자 세명과 함께 법정에 나온 A양은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내내 친구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아침 식사 후 방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A양은 배가 급격히 기울자 친구들과 함께 구명조끼를 나눠 입은 뒤 캐비넷 안으로 몸을 숨겼다. 선실에 물이 차올라 캐비넷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물이 점점 차올라 캐비넷이 뒤집어졌고, A양은 그 안에 갇히게 됐다.



캐비넷 안 에어포켓에서 숨을 쉬며 구조를 기다리던 A양은 "혼자면 무서웠을텐데 그래도 친구와 함께 살아서 다행이었다"며 "밖에 있던 애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살려달라고 했는데 계속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공포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숨을 쉴 수가 없고 발버둥밖에 안쳐져 진짜 살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며 "한 손으로 친구를 잡고 캐비넷을 쳐 빠져나왔다"고 설명했다.

친구들과 서로 끌어주며 밖으로 탈출한 A양은 "밖에 있던 해경은 (바다로)나가면 건져주긴 했지만 안으로 들어오진 않았다"며 "복도에서 '왜 들어오지 않느냐'고 애들끼리 얘기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사고 직후 캐비넷에 있던 물건이 모두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도 안내방송에는 '움직이면 위험하니 대기하라'는 말만 되풀이 됐다.

구명조끼를 입은 뒤 왜 바로 탈출하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A양은 "저희는 아무런 지식도 없고 사고 대처 교육을 받지 못항 상황에서 기다리라는 방송만 나왔다"며 "아무래도 승무원이나 선장이 저희보다 지식이 많으니 그 말만 믿고 계속 기다렸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안산지원에서는 단원고 생존학생 6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학생들은 탈출 과정에서 선원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서로 의지하며 배 안을 빠져나왔다. 이들은 모두 선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판부는 오는 29일에도 생존학생 17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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