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휴가 쓰라지만… '쉬는 눈치' 언제쯤 사라질까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4.07.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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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딩블루스 시즌2 "들어라 ⊙⊙들아"]

편집자주 '⊙⊙'에 들어갈 말은, '상사'일수도 있고 '회사'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선배 후배 동료 들도 됩니다. 언젠가는 한번 소리높여 외치고 싶었던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독백형식을 빌어 소개합니다. 듣는 사람들의 두 눈이 ⊙⊙ 똥그래지도록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금쪽 같은 여름휴가 3일을 서울에서 보냈다. 7월 휴가가 7월 중순에야 확정돼 웬만한 휴양지 예약이 다 찼기 때문이다. 예닐곱 명 되는 팀에서 아직 막내라 선배들부터 일정 잡으면 남는 며칠 중에 내 휴가 일정이 나온다. 휴가 스케줄이 늘 직전에야 확정되니 친구들이랑 같이 시간 맞춰 계획 세우기도 애매하다. 결국 올해도 나는 서울에서 놀았다.

하기사 3일 쉬는 거니 어디 멀리 다녀오기도 애매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금융 공기업에 다닌지 만 5년이 넘었다. 근로기준법상 보장되는 '공식적인' 휴일은 17일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년 근무일수 가운데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는 15일간의 연차 유급휴가가 주어지고, 3년 이상 근로할 경우 2년마다 하루씩 휴가가 더 늘어난다.



그렇지만 나를 포함해 대개의 직원들은 써야하는 최소한의 연차일수인 6일만 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며칠을 쟁여놓으니 동료들의 여름휴가도 보통 이틀 아니면 사흘이다. 어디 가기도 애매하니 차라리 아프고 일 생길 때를 대비해서 따로 여름휴가를 안 쓰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작년 통계청 조사에서 연차휴가를 모두 썼다고 응답한 근로자 비율이 22%라는데 연차를 다 쓴 근로자가 22%나 된다는 게 놀라울 정도다.

물론 안 쓴 연차만큼 수당은 받는다. 그래도 요즘 젊은 직원들이 연차 수당 받고 싶어서 휴가 안쓰겠는가. 주말 끼어 일주일 휴가 내 해외여행 다녀오는 사람들도 있긴 있더라. 그러려면 '요즘 애들은 다르다'는 눈총은 각오해야 한다. 가끔 불가피하게 하루짜리 연차 낼 때도 온갖 눈치를 봐야하는 건 물론이다.



얼마 전 동창회 나가보니 상황은 매한가지다. 입사 이후 거의 매주 주6일 출근 한 중앙부처 사무관 친구는 얼마 전 주말 끼어 이틀 쉰 게 올해 휴가의 전부다. 로펌에 다니는 다른 친구는 클라이언트한테 근로기준법 준수하라는 법률 검토의견서 주면서 정작 자기 회사에서는 연차 하루 쓰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 영국 유명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9분으로 18개 조사 국가 가운데 꼴찌다. 수면시간이 적은 이유는 긴 근무 시간이란다. 그런데 2011년 기준 한국의 취업자 1명당 노동생산성은 6만2000달러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 회원국 가운데 23위라는 통계도 있다. 그렇게 열심히 일 하면서도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거다.

마침 신문을 보니 대통령도 장관들에게 "휴가를 통해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며 "정부 부처부터 직원 하계휴가를 적극 권장해주시고 각 부처 장관들도 솔선수범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고. 눈치 안보고 '재충전' 할 수 있는 날은 언제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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