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요금 올려도 구걸해 타나"… '삼진아웃' 눈앞

머니투데이 이슈팀 이영민 기자 2014.07.2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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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대충교통!]③ 밤12시 전후 여전한 '전쟁'

서울 서울역 앞의 택시들이 길게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서울 서울역 앞의 택시들이 길게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 매주 금요일 자정.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는 택시 전쟁이 벌어진다. 귀가하려는 사람들과 장거리 손님만 골라 태우려는 택시 사이의 치열한 싸움이다. 택시기사는 문을 잠근 채 창문을 반만 내리고 "어디가요?"라며 손님을 흘겨본다. 근거리 행선지가 나오면 답은 뻔하다. "안 가요."

◇상반기 4470건, 여전한 승차거부=지난해 10월12일 택시 기본요금이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된 지 정확히 287일이 지났다. 300일이 다 돼가지만 서비스는 여전히 제자리다. 서울시의 서비스 개선에 대한 약속은 공언이 됐다. 시민들의 불편함은 여전하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고된 택시승차 거부 신고건수만 4470건에 달한다. 지난해 요금을 인상한 뒤로 감소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특히 승객이 몰리는 강남역·홍대입구·광화문 등 특정 지역에서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 정도까지 승차거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심야시간, 종각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성은기자심야시간, 종각역 일대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성은기자
서울시 창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오모씨(28·여)는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타는 건데 주거단지에서는 나올 사람이 없다고 승차 거부를 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강남이나 홍대처럼 택시 잡기 힘든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밤을 샌 적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승차거부 당한 것보다 불쾌한 일을 겪을 때도 있다. 신촌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모씨(24·여)는 최근 택시기사로부터 '호통'을 들었다.

그는 "몸이 안 좋아서 상수역에서 택시를 타고 신촌으로 온 적이 있는데 택시 기사가 이 거리를 택시를 타냐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며 "내 돈 내고 택시를 타는 건데 항상 구걸해서 얻어 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납금, '삼진아웃제' 실효성은?=택시들의 승차거부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사납금' 때문이다. 법인 택시기사들에게는 일일 사납금이 정해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채우지 못하면 미달금액이 월급에서 차감된다.


사납금은 회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13만원 수준. 하루 12시간 근무를 한다고 쳤을 때 시간당 1만원을 벌어도 사납금을 채울 수 없다. 특히 지난 수년 동안 연료비, 자동차 값, 보험금, 조합비, 부품비 등 모든 원가가 올랐음을 고려한다면 최근의 인상분은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이 지난해 11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대중교통법 재의결 촉구 합동총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1<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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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양대 택시노조연맹은 "택시노동자 처우개선에 실효성 없는 택시개혁종합대책안을 전면 수정하라"고 주장했다. 2013.11.26/뉴스1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이 지난해 11월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대중교통법 재의결 촉구 합동총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1

이들 양대 택시노조연맹은 "택시노동자 처우개선에 실효성 없는 택시개혁종합대책안을 전면 수정하라"고 주장했다. 2013.11.26/뉴스1
법인택시기사 경력 2년차 김모씨는 "사납금을 맞추려면 5000원 나오는 손님보다는 1만5000원 나오는 손님을 골라 태울 수밖에 없다"며 "승차거부 한다고 하루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우선은 답답하니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이러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하지만 '발등의 불'은 이미 떨어졌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1월29일부터 '승차거부 삼진아웃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2년 내 승차거부 3회 위반 시 운전자는 과태료 60만원·자격취소를, 사업자는 면허취소 처분을 하도록 규정했다. 국토부측은 택시가 정당한 이유 없이 승차를 거부할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방침이다.

택시기사들은 한 숨만 쉬고 있다. 불법도급택시, 운송비용전가, 사납금 과다 인상 문제 해결이 전제돼야 취지에 맞는 '삼진 아웃제'가 원활히 정착될 것이라는 생각이지만, 이같은 의견을 말하기 여의치 않다.

임승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정책본부장은 "승차거부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고무적인 일"이라며 "언제까지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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