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1조원 이상을 투입해 내수 활성화에 나서는 등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정부 발표에도 24일 코스피는 하락 마감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 기대감에 코스피가 강한 상승 탄력을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외의 움직임이었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1664억원 순매수하며 8거래일째 '사자'를 계속했고 기관은 이날 1584억원 순매도하며 18거래일째 '팔자'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대로 기대감에 올랐던 종목들에 대한 차익실현이 이날 나타나면서 재료의 '약발'이 다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이날 주가 변동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정책당국이 사회, 산업 전반의 불균형 상태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시장의 시선은 통화정책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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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별다른 부작용 없이 힘을 받기 위해선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조만간 금리인하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오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25%로 0.25%포인트 낮추고 은행들의 요구불예금에 대한 지급준비율도 현재보다 2%포인트 낮은 5%로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가계부채를 엄격하게 관리했던 한국 정부가 부채에 기반한 확장적 거시 정책으로 돌아섰다"며 "만약 정부의 의도와 달리 가계와 기업의 부채만 늘면서 구조적으로 내수 수요가 약해진다면 한은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화는 반드시 위험이 뒤따른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고집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
투자자들은 정부의 새로운 정책들이 경제주체들의 행동을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바꿔가는지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과거에도 시장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멋드러진' 정책들은 수없이 많았다. 결국 관건은 '실행'이다. 시장이 이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