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답이다, "엄마·학생을 움직일 교육여행을 만들자"

머니투데이 이지혜 기자 2014.07.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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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싶은 대한민국] '내수 돌파구' 국내여행 확 바꾸자-③교육여행에서 답을 찾자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서 서울로 날아오는 학생도 있고, 땅끝 마을 해남에서 오는 학생도 있습니다. 요즘은 춘천과 천안에서 서울까지 전철이 연결돼 참가 학생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최근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영어 문화역사 체험학습 '마리이야기'가 화제다. 한 해 2만명의 학생이 참가할 정도다. 주요 연령층은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사이이며, 1개 과정 참가 시 총 12회의 당일 수업을 듣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아이의 여건에 맞게 최장 월 1회씩 1년간 참여할 수도 있다. 통상 보호자가 동행하므로 2명씩만 계산해도 마리이야기만으로 연간 48만회의 여행 창출 효과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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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효과도 크다. 참가비는 과정에 따라 65만원에서 110만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1인당 1회 평균 여행 지출액이 14만3366원(2013년)인 점을 감안해 추산하면 1300억원을 훌쩍 넘는 효과가 있다.



수업방식은 1개 반 5~6명이 서울 소재 경복궁과 국립중앙박물관, 암사동 선사유적지 등을 방문해 한국인 선생님에게 관련 설명을 듣고, 학생이 다시 문화역사 해설사가 돼 외국인 선생님에게 해당 문화제를 영어로 설명하는 것이다. 수업 과정을 성실하게 참여하면 인증서도 주고, 청소년 영어 문화해설사로 추가 봉사활동도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장기간의 마리이야기 활동이 대학 입학사정관제도에도 유리하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학교와 학원에 매어 있어 여행은 커녕 휴일도 제대로 못 쉬는 것이 대한민국 학생과 학부모의 실태다. 그러나 여행에도 교육 요소가 가미되면 ‘마리이야기 사례에서 보듯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지역 명소를 우수한 교육여행 코스로 개발하면 전국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아이에게 뜻 깊은 시간일 뿐 아니라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주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사고이후 수학여행이 크게 침체된 상태인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이 당일 코스로라도 부모와 함께 다녀올 수 있는 마리이야기 같은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전국 단위로 개발해 국내여행 활성화와 교육적 효과 제고에 나서면 상당한 내수 진작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지난 7월1일 '안전하고 교육적인 수학여행 시행방안'을 발표했는데 전교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여행 대신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안전한 진행을 담보할 수 있는 소규모 테마 수학여행을 권장하고 있다. 수학여행 통합 정보 사이트 '창의인성교육넷'도 운영 중이다. 각 지역별 교육청에서 해당 지역의 관광 콘텐츠 중 교육여행에 적합한 것을 추천하고, 최적의 활용법을 공유하고 있다.

교과서와 연계해 지리기행 테마의 강원도 2박3일 코스는 ▷1일 영월 청령포, 별마로천문대 ▷2일 레일바이크, 화암동굴, 정동진 ▷3일 대관령옛길, 삼양목장, 월정사 코스가 대표적이다. 생태기행을 테마로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연계 2박3일 코스도 다양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농림부나 문화부 등과도 협력해 실질적으로 교육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체험학습 프로그램 개발하고, 지역 단위로 우수프로그램의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도 이 같은 교육 여행의 중요성을 주목하고, 학교 단위의 '맞춤형 체험여행' 지원사업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복수의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시하면, 학생들이 이를 선택하고 희망 코스나 체험을 추가할 수 있다. 지난해 관광공사가 지원한 체험학습 여행 프로그램의 참가 학생은 총 1만5600명으로 1인당 2만원씩 총 3억1200만원을 지원했다. 관광공사는 올해 지원금을 1인당 3만원으로 늘렸고, 학생 20명당 안전요원 1명 이상씩을 의무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관광주간 기간(9월25일~10월5일)에는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통영, 무주, 제천 학생 각 1200명씩을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도록 체험여행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전교생 100명 미만 학교 대상으로 3000명을, 관광고등학교와 자유학기제 실시중학교 2400명 등 총 1만명 규모로 교육 체험여행을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관관공사 국민관광복지팀 서진만 과장은 "학생 맞춤형 체험여행 사업 같은 교육 여행은 양질의 프로그램를 공유해 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높고 국내 여행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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