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아닌 '새 경제팀'…발상과 기조 "대전환"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2014.07.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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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제팀 정책방향]최경환 색깔 '재정·가계소득·부동산+비정규직'

'2기' 아닌 '새 경제팀'…발상과 기조 "대전환"


24일 나온‘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인식, 철학, 방향 등의 집합체다. ‘새 경제팀’이란 언명부터 그렇다. 정부가 통상적으로 써온 ‘하반기’라는 시기 규정이나 ‘2기 경제팀’이라는 순차적 규정을 거부했다. 내년까지 시계(視界)를 갖고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의미다. 정책의 연속성보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색깔을 선보이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인식부터 확 다르다. 1기 경제팀이 ‘선방’ ‘안정적 관리’로 평가했다면 최 부총리의 인식은 ‘위기’그 자체다. 표현도 강하다. 정부가 입에 올리기 꺼려했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 더블딥’이라는 단어가 거침없이 등장한다. 올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에서 3.7%로 낮췄지만 새 경제팀에게 숫자는 별 의미가 없다.



성장의 질적 저하, 경제 구조의 왜곡이 심각성이 걱정거리다. ‘저성장-저물가-경상수지 과다 흑자’의 흐름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이 모두 위축되는 ‘축소 균형’이 불가피하다. 이 흐름이 바로 일본의 20년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환위기가 긴급한 응급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만성질환이라는 게 최 부총리의 진단”이라고 말했다.

구조적 문제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시각도 비판적이다. 정부 스스로‘정책의 악순환’이라고 썼다. 재정건전성, 물가 등에 대한 걱정으로 소극적 거시정책을 펴다보니 경제주체의 활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진단(소극적)에 따른 처방은 ‘과감한’ 대응이다. 최 부총리는 당초 추가경정예산편성을 고민했다. 하지만 시기와 시차 등이 발목을 잡았다. 대신 ‘추경에 버금가는’재정·금융의 ‘총동원’ 정책을 내놨다. 재정 투입만 1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세출 추경 규모(5조3000억원)의 2배에 달한다. 기금(6조6000억원), 재정집행률(2조8000억원), 민간 선투자(3000억원) 등 모두 긁어모았다.

내년 적자 예산의 확대까지 고려하면 쏟아붓는 돈의 규모는 더 커진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걱정은 잠시 뒤로 미뤘다. 재정 건전성에 매몰돼 성장 동력이 떨어지면 재정 여력이 없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무기한 투입을 택했다.

금융쪽도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 10조원, 안전투자펀드 5조원, 설비투자펀드 3조원, 외국환평형기금의 외화대출 5조원, 한국은행의 금융중개지원대출 3조원, 시장안정 프라이머리 CBO 2조원, 선박은행 1조원 등 29조원을 투입한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로 호응해주면 거시정책의 그림은 거의 완성된다.


내수 부진에 대한 진단도 ‘정책 미스’와 맞물려 있다. 정부 스스로‘투자 → 일자리 → 소득 → 내수’의 구조를 맹신했다. 법인세를 깎아준 것도, 각종 규제를 완화해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법인세를 낮춰져도 열매는 가계로 가지 않았다. 오히려 ‘가계 소득 감소 → 내수 위축 → 기업 이익 감소’의 축소 균형 흐름을 낳았다.

새 경제팀은 ‘소득’을 직접 겨냥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투자 등을 유도하기엔 시간이 없다”고 했다. 수단은 ‘3당근 1채찍’이다. 인센티브는 △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서비스업 고용창출투자세액 공제율 확대·설비투자 가속상각제도 등이다. 근로소득과 배당, 고용을 늘리는 당근인 셈이다.

채찍은 사내 유보금 과세 논란을 불러왔던 기업소득환류세제다. 기존 사내 유보는 건드리지 않되 내년부터 발생하는 이익중 인건비·투자 등에 쓰지 않으면 추가 과세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법인세 인하의 열매를 가계로 나눠주지 않으면 페널티를 주겠다는 취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금 부담을 지운다기보다 법인세 인하의 본뜻을 기업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기업들도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와 경기 부양의 주요축중 하나는 부동산이다. 체감 경기와 직결된 ‘열쇠’라는 게 최 부총리의 생각이다. 주택 매매 시장뿐 아니라 시멘트, 페인트 등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경기와 맞물린다는 얘기다. ‘규제+수요+공급’을 모두 건드린다. 규제 분야는 철옹성이었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손질된다. 공급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이 추진된다. 수요쪽에선 청약통장을 일원화하고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의 소득공제 한도를 늘려준다.

‘재정, 가계소득, 부동산’의 3박자 외 최 부총리의 중점을 둔 게 비정규직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주요 핵심 과제로 내세운 것만으로도 이례적이다. 가계소득 확충과 별개로 비정규직 문제를 건들지 않고는 경제 활력을 찾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꾸준히 꾀한다. 공공기관부터 진행한다. 임금 보전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차별 시정 등 처우 개선 방안도 검토한다. 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직 대표를 참여토록 하고 노사정위원회를 재가동키로 한 것도 최 부총리만의 색깔이다.

경제혁신 과제는 특별히 새로운 게 없다. 공공개혁, 규제 완화, 서비스업 육성, 창조경제 등 기존의 내용을 재정리하는 수준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창조경제 등 더 이상 레토릭(수사)은 필요없다는 게 최 부총리의 생각”이라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이미 과제가 정해져 있는 만큼 가시적 성과로 평가하고 평가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기조, 진단과 처방 등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다만 우려 지점도 없지 않다. 우선 정부의 확장 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못 낼 경우 부작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가계소득 확충의 경우 기업의 태도가 변수다. 경영의 자율성, 기업의 부담 등을 이유로 반발할 경우 효과도 못 본 체 소모적 논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에 집중된 부양 기조도 걱정을 키우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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