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2000 올라서자 ETF 단기투자자 '울상'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4.07.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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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A씨는 요즘 코스피200지수 상장지수펀드(ETF)를 사야 할지 말아야 할 지 고민에 빠졌다. 박스권 장세 속에선 ETF를 저가에 매수해 고가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지만 최근 한달 동안 코스피지수가 2000선 근처를 맴돌자 홈트레이딩시스템(HTS)만 바라보며 손놓고 있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이러다가 증시가 급상승해 ETF를 저가매수할 기회를 놓칠까 두렵다.

증시가 2000선을 웃돌면서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 단기 매매 전략이 힘을 잃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인덱스 투자는 펀드를 통해 장기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 ETF인 KODEX200은 총 주식수가 연초 대비 16.2% 감소한 1억6065만주를 기록했다. ETF는 매수자가 늘어나면 자산운용사가 주식수를 늘려 펀드 규모를 키우고, 투자자들이 시장을 이탈하면 환매해 주식수를 줄인다. 연초 대비 ETF 주식수가 16.2% 감소했다는 의미는 그만큼 ETF 투자 규모가 축소됐다는 의미다. 반면 외국인은 최근 한달간 KODEX200를 1982억8200만원 순매수했다. 증시의 박스권 이탈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코스피지수 1900선에서 사서 2000선에서 파는 ETF 박스권 매매는 투자 초보들도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ETF 자동매매', 'ETF 적립식 자동주문 서비스' 등 각 증권사에서는 미리 정해 놓은 주가지수에서 자동으로 ETF를 사고파는 매매를 너도나도 추천했다.



하지만 증시가 2000선에서 소폭으로 움직이자 박스권 매매 전략은 무용지물이 됐다. 1950포인트 이후부터는 2000선에서 팔아도 수익률이 2.5%밖에 안 된다. 최근 한달간 코스피지수가 가장 낮았던 때(장중 포함)는 6월 23일 1971.61포인트다. 기준금리에도 못 미치는 수익을 얻기 위해 하락 리스크를 감수하기는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덱스 투자는 펀드를 통해 장기로 하는 게 맞다는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증시가 오르고 내리는 타이밍을 잡으려 하기 보다는 장기로 자금을 묻어두는 게 현명하다는 것.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중 운용설정액이 가장 큰 교보악사파워인덱스의 경우 연초 수익률이 -1.65%이지만 1년 수익률은 8.71%, 2년 수익률은 11.88%로 양호하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인덱스투자는 종목 선정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고 장기적인 증시 성장의 수혜를 누리기 위한 것"이라며 "인덱스 ETF도 인덱스 펀드와 기본적인 투자 구조는 같지만 매매가 쉬워 증시가 상승하면 차익 실현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장기 수익을 누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송현석 우리투자증권 랩운용부 과장도 "단기 트레이딩 역시 시장 예측이 중요하기 때문에 박스권 증시라고 해서 쉬운 것은 아니다"라며 "일반투자자들이 이만큼 빠졌으니 오르겠지, 올랐으니 빠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가 시장이 어느 한 쪽으로 추세를 타기 시작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2000선 위에서 움직이지만 박스권을 강하게 돌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목표수익을 낮춰서 짧게 짧게 이익을 실현하고 변동성을 기다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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