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공정위 과징금 폭탄에 실적관리 '초비상'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14.07.23 06:11
글자크기

올해 부과된 과징금만 3240억원, '빅10' 77% 차지‥하반기도 수천억대 부과 예고, 실적감소 불가피

그래픽=임종철그래픽=임종철


건설업계가 올 상반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울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방위 담합조사에 따른 과징금 줄폭탄으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돼서다.

특히 공정위는 호남고속철도, 가스공사 가스주배관사업 등 대규모 공공공사에 대한 추가 담합제재도 앞둬 하반기 실적에도 과징금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대한건설협회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최근 5년간 담합조사와 제재처분을 내린 공공공사는 인천도시철도 2호선 등 14개 사업으로 조사됐다. 이들 사업에서 담합이 적발된 건설업체는 총 66개사(중복 포함), 부과된 과징금은 4843억원에 달한다.

이중 판교신도시와 4대강 1차 턴키공사, 광주 총인처리시설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사업은 모두 올들어 담합이 적발된 것으로 부과된 과징금만 3240억원에 육박한다. 전체 과징금의 67%가 올해 부과된 셈이다. 특히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시공능력평가순위 상위 10개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2481억원으로 전체 77%를 차지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결정되면 해당 기업은 이에 불복하더라도 우선 납부기한(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 내 과징금을 물고 소송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납부기한 내 과징금을 내지 않으면 연 8.5%의 연체이자율을 적용한 체납가산금까지 물어야 해서다.

이에 따라 올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주요 건설업체는 대부분 이미 과징금을 납부하고 불복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납부한 과징금은 회계상 판관비 등 영업비용으로 처리된다. 그만큼 실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업계 '빅10' 가운데 올들어 담합 과징금이 가장 많이 부과된 기업은 대우건설로 389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현대건설 379억원 △SK건설 329억원 △대림산업 304억원 △포스코건설 291억원 △GS건설 246억원 △현대산업개발 238억원 △삼성물산 200억원 △롯데건설 76억원 △한화건설 29억원 등의 순이다.


건설업계 한 재무담당 임원은 "대형건설업체들마다 과징금 규모가 막대하다보니 실적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여유가 있을 땐 회계상 선반영해 충격을 줄이기도 하지만 건설경기가 부진하다보니 이마저도 힘든 실정"이라고 푸념했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대규모 과징금 폭탄이 줄줄이 예고됐다는 점이다. 실제 공정위는 호남고속철도 담합과 관련, 22개사에 총 3000억원가량의 과징금과 검찰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치보다는 크게 줄었지만 올들어 부과된 전체 과징금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여기에 가스공사 가스주배관공사, 광주 차량기지, 고양삼송 수질복원센터 등 다른 공공공사에 대한 담합조사도 진행 중이어서 업계의 과징금 부담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희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과징금은 일회성 비용으로 회사의 영업흐름과 무관하지만 단기실적에는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다만 과징금은 증권사가 추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지 않아 실적 전망치(가이던스)에 선반영하지 않고 실적발표 후 분석용으로만 검토한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