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한다며 왜 여자만…" 예비맘 하소연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2014.07.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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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딩블루스 시즌2 "들어라 ⊙⊙들아"]

편집자주 '⊙⊙'에 들어갈 말은, '상사'일수도 있고 '회사'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선배 후배 동료 들도 됩니다. 언젠가는 한번 소리높여 외치고 싶었던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독백형식을 빌어 소개합니다. 듣는 사람들의 두 눈이 ⊙⊙ 똥그래지도록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봅니다.

"공공기관 정상화 한다며 왜 여자만…" 예비맘 하소연


'방만경영 정상화' 대책보는 순간 한숨 '푹'
육아휴직 급여, 불임 직원 임신 휴직 "스톱"

'최저 출산율'에 아이 낳으라고 말하면서
진짜 유용한 복지 없애면 "어찌 하오리까"



솔직히 기대했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시대 아닌가. 여자 마음은 여자가 더 잘 알 아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웬걸. 얼마 전 회사 인사부에서 들어온 '방만경영 정상화' 대책을 보는 순간 한숨이 팍팍 나왔다. 원래 산다는 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것의 연속이라지만, 이번에는 좀 더 아프다.

'공공기관 정상화' 다 좋다. 근데 직원 복지혜택 없앤다면서 온통 여자들만 대상으로 하냔 말이다.



생리휴가 없애고, 출산 휴가일 수 줄이고, 육아휴직 급여는 아예 날아갔다.
불임 직원의 임신을 위한 휴직, 생후 7세 미만 자녀 간병휴직... 그나마 회사를 사랑하게 만들었던 인간적인 제도들은 휴직사유에서 아예 제외됐다.
이유는 단 하나. 공무원 복지 규정에 없는 것은 다 과도한 복리후생제도란다.

나, 평소에 신문 안 본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가장 낮다는 정도는 안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이런 프로그램 내보내며 애 낳으라고 난리들 치면서, 정작 애 낳을 때 진짜 유용한 복지제도들을 줄줄이 없애는 것은 무슨 발상일까.

"공공기관 정상화 한다며 왜 여자만…" 예비맘 하소연
없어지는 복지제도들은 사실 도입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다.
요전번 정부에서 하도 출산 장려하자고 하니까 눈치 보다가 도입한 제도 아닌가. 정권 바뀌었다고 또 싹 없앤다. 노랫말마따나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분'이신데 말이다.


더 억울한 건, 임신부가 되는 순간 일을 더 많이 해도 돈을 더 적게 받는 거다.
임산부는 시간외 근로수당이 안 나온다. 일 더 못 시키게 해 임산부를 보호하려는 조치란다.

그런데 어디 회사라는 게 그런가. 시간외근무를 하지 않고는 넘치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나? 결국 일은 일대로 하고 수당만 못 받는다.
회사에서 추가로 지급하는 육아휴직 급여가 방만 복지라고? 따지고 보면 내가 일하고 못 받은 돈 나중에 받아가는 셈인데.

몇 푼 갖고 따지는 게 치사하다면… 좀 더 고상하게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고민이라면서 이런 제도는 오히려 일반 민간기업에도 확대하는 게 맞지 않을까.

출산 장려하고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기혼여성을 우선 채용해 여성의 사회활동을 높이겠다고?
정작 나 같은 '워킹맘'은 왜 이렇게 회사 다니기가 더 힘들어지고 '때려치워야 하나' 고민이 더 커질까. 공공기관인 우리 회사도 그런데 민간은 오죽 더 할까.

공공기관 입사 8년차. 그리고 예비 엄마. 일 핑계로 임신과 출산을 미뤄오면서도 '그래도 애 낳고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더 좋아지겠지'라고 기대했던 내가 바보다.

그래 내가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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