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포기 제네시스, 얻은 것은? 충돌테스트 현장 체험기

딱TV 최욱 칼럼니스트 2014.07.1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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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TV]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제네시스' 충돌테스트

편집자주 최욱의 딱오토 -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실 본인조차 자동차를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될 줄 몰랐던 사람. 첫 직장으로 독일의 자동차 회사와 연을 맺게 되면서, 보통 사람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을 수 있는 자동차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경량화'라는 세계적 트렌드를 따르지 않은 현대자동차의 신형 '제네시스'. 그 제네시스가 연비 효율을 포기하면서 얻고자 했던 안전, 그 성과를 자동차 칼럼니스트가 충돌 테스트 현장을 방문해 직접 확인했습니다.

얼마 전 스몰 오버랩 충돌 테스트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소비자와 블로거, 기자 등을 남양연구소에 초대한 것인데요.



스몰 오버랩 충돌 테스트는 현재 전 세계에서 시행되고 있는 충돌 테스트 중 가장 가혹한 테스트로 손꼽힙니다.

지난해 말 현대의 신형 제네시스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무거워진 차체와 이 때문에 낮아진 연비 효율로 크게 논란이 됐습니다. 사실 '경량화'라는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의 추세를 현대자동차 자신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증량했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겠죠.



어쩌면 온라인상의 '흉기 차' 혹은 '쿠킹포일' 등으로 비난받은 현실을 개선하고자 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 초고장력강판을 대거 채용하면서 차량의 충돌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국내에서 증량 때문에 비난을 받는 사이, 외국에서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협회(IIHS)의 충돌테스트에서 세단 최초로 전 항목 만점을 받으며 최고안전등급을 받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자동차의 뼈대인 차체를 강화함으로써 충돌 안전성과 더불어 안정감 있는 승차감과 정교한 핸들링, 그리고 정숙성까지 얻었습니다.


결과론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현대가 '연비 효율성'보다 우선시 여겼던 것은 '안전과 기본기'인 셈입니다.

어쨌든 현대자동차는 ‘나쁜 연비’를 감수하고 얻은 '충돌안전성'과 '기본기'라는 부분이 주목받지 않았던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인지, 국내에서 소비자와 매체를 대상으로 재연하는 자리를 마련한 셈입니다.



충돌 테스트 자체는 단 몇 분에 지나지 않지만,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기에 경기도 화성의 남양연구소를 방문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처음 보는 자동차 충돌 시험 과정이라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국내에서 스몰 오버랩 충돌시험을 할 수 있는 곳은 현대 남양연구소 단 한 곳이라고 하는데요.

일단 진단장비 설치와 더불어 관람객은 안전구역 밖으로 물러나고, 충돌테스트 시작했습니다. 충돌테스트 시 가장 안전한 곳은 2층의 조종실이었음에도, 참가자들은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인지 아무도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초당 몇 천 장을 찍을 수 있도록 엄청나게 밝은 조명이 켜집니다.

곧이어 빨간 경광등과 함께 경보가 울렸습니다. 충돌테스트가 시작된다는 안내 멘트와 함께 카운트 다운 소리가 연구소 내부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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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3! 2! 1!"



그리고 저 멀리서 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과 시속 64km였습니다. 시속 64km는 운전대를 잡으면, 그리 빨라 보이지 않습니다. ‘꽝!’하는 소리와 함께 비산물이 여기저기로 흩어집니다.

밀폐된 공간이어서 그랬을까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소리에 자동으로 몸이 움츠러들었습니다. 안전운전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충돌 결과는 IIHS 테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눈으로 보이는 외관은 IIHS 테스트 결과보다 좋아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연비'포기 제네시스, 얻은 것은? 충돌테스트 현장 체험기
온라인상에 퍼진 현대에 대한 고객불신 때문이었을지 몰라도,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국내 판매 차량과 수출용 차량이 다르지 않음을 누차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테스트 차량도 특별한 조작이 없음을 알리기 위해 테스트 전 고객 대표가 직접 울산 출고장에서 테스트할 차량을 선택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는데요.



'연비'포기 제네시스, 얻은 것은? 충돌테스트 현장 체험기
현대자동차의 진정성이 고객에게 언제쯤 전달될지 몰라도, 직접 눈으로 본 스몰 오버랩 테스트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네시스가 정말 안전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고작 시속 64km에 휴짓조각처럼 구겨진 철판을 보면서 ‘안전 운전을 꼭 해야겠다.’라는 아이러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7월 14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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