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전경/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채권단은 지난 3월15일 팬택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고 약 3개월 여간 실사를 거쳐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정상화방안은 채권단 3000억원, 이동통신사 1800억원 등 4800억원의 출자전환과 2018년 말까지 원금 상환 유예, 이자율 인하, 10대 1 무상감자 등을 담고 있다.
채권단은 이통사의 출자전환 없이는 자신들도 출자전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부에선 채권단이 먼저 출자전환을 하고 이통사를 설득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채권단으로선 이통사의 약속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휴대폰을 생산하는 팬택은 이통사들이 휴대폰을 구매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회사다. 결국 '이통사의 협조'는 팬택 정상화의 전제조건인 셈이다.
채권단만 출자전환할 경우 이 돈은 이통사의 채권을 상환하는데 사용된다. 이통사가 상거래채권을 회수하고 팬택과의 거래를 줄이거나 끊어버리면 팬택의 회생은 불가능하고 채권단은 헛돈만 쓴 셈이 된다. 채권단이 팬택 회생방안에 이통사를 끌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지금도 더 이상 상거래채권을 늘리지 않기 위해 팬택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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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이어 "이통사들은 규모가 큰 사적 채권자들이다"며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하는 자금은 기업 회생에 쓰여야지 대기업 채권자들의 손실을 막아주는데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출자전환이 불발되면 팬택은 법정관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이통사들의 상거래채권은 무담보채권이기 때문에 워크아웃보다 더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이통사들도 이 점을 알고 있지만 선뜻 출자전환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팬택이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과 앞으로 더 얼마나 팬택에 끌려가야 할지 모른다는 점 때문일 것이라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신들은 팬택의 회생가능성에 회의적이면서 채권단은 출자전환을 더 하라는 얘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채권단)의 돈은 어떤 면에서 국민 재산과 다름없는데 이를 공짜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팬택 문제는 시장 자율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적 측면에선 팬택이 정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통사의 손실분담없이 채권단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팬택이 나서 이통사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다른 채권은행들을 상대로 팬택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