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원숭이 주식투자…노벨상?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강상규 소장 2014.07.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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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66>전망이론, “하나 얻고 하나 잃는 건 같지 않다”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임종철 디자이너/그림=임종철 디자이너


"도토리 하나 주고, 하나 빼앗았을 뿐인데..."

중국 춘추시대 저공란 사람이 자신이 기르던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도토리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려고 하자 원숭이들이 크게 화를 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로 바꿨더니 원숭이들이 무척 만족해 했다는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우화.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 얘기는 두 경우 모두 결과적으로 똑같은 도토리를 받음에도 당장 눈앞에(=아침에) 늘어나는 것에만 신경쓰는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그런데 조삼모사는 원숭이뿐만 아니라 바로 1~2살짜리 어린아이에게서도 쉽게 발견된다. 아이들은 보통 손에 꽉 쥐고 있는 걸 달라고 하면 머리를 휘젖는다. 똑같은 걸 주겠다고 얼러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다. 그걸 억지로 빼앗으려 하면 아이는 울고 만다.

하나 주고 하나 얻으면 결과적으로 똑같은데 원숭이도 그렇고 어린아이도 무척 싫어한다. 그럼 다 큰 어른들은 어떨까? 장자(莊子)는 만약 어른들이 이러하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꾸짖는다.



현대 의사결정론의 근간인 주관적 기대효용(subjective expected utility) 이론도 장자의 가르침이 맞다고 옹호하고 있다. 기대효용 이론에 따르면 하나 얻고 하나 잃는다면 결국 부(富)의 변동이 없으므로 효용의 증감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얼 카네만(Daniel Kahneman) 교수는 1967년 하나 주고 하나 얻는 걸 싫어하는 게 결코 이상한 행동이 아니라는 걸 설명하는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업적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당당히 수상했다.

전망이론을 쉽게 설명하면, 불확실성하에서 인간은 이득과 손실을 구분해서 따로따로 평가하고 이 둘을 합산해서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득으로 인한 기쁨보다 손실에 따른 아픔이 2배 이상 크다고 말한다.


결국 이득과 손실이 똑같다 하더라도 인간이 느끼는 만족감은 중립이 아닌, 슬픔이 훨씬 크게 앞서게 된다. 심지어 사람들은 하나 잃고 둘을 얻는 경우 마저도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카네만의 전망이론을 빌리자면, 조삼모사의 원숭이는 결코 어리석은 게 아니며 어린아이가 손에 쥔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우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 된다. 하나 주고 하나 얻는 게 '샘샘'이 아니라 효용(utility)이나 만족도(satisfaction)에 있어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반면, 장자와 기대효용 이론은 중간에 얼마의 이득과 손실을 얻었든 간에 최종 합산된 결과를 보고 효용을 따지라고 말한다. 따라서 하나 잃고 하나 얻었다면 인간이 느끼는 만족감은 중립이 되야 한다.

실제로 카네만의 전망이론은 행동재무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카네만의 전망이론이 나오기 전까진 원숭이의 조삼모사를 비웃듯 전통 재무학은 일반 주식투자자들이 부의 극대화(wealth maximization)에 어긋나는 여러 비이성적 행동들을 한다고 꼬집어댔다.

그러나 카네만의 전망이론 이후 행동재무학은 주식 투자자들이 최종 합산된 부의 극대화가 아닌 중간의 이득과 손실을 따로따로 평가하는 행동이 결코 비합리적, 비이성적인 게 아니라는 걸 옹호하고 나섰다.

그렇다고 행동재무학이 주식 투자자들의 모든 행동들을 옹호한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오히려 행동재무학은 전망이론을 빌어 주식 투자자들이 매몰비용(sunk cost)에 집착해 장기간 손실을 보는 종목을 쉽사리 처분하지 못하고 붙들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성적인 투자자라면 벌써 손절매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어리석게 오래 붙들고 있는 이유를 사람들의 손실회피(loss aversion) 성향으로 설명한다.

원숭이의 조삼모사나 주식 투자자의 매몰비용 집착 현상은 손실을 입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발생한다. 행동재무학은 지나친 손실회피 성향은 주식투자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장자가 원숭이의 조삼모사를 어리석다고 꾸짖은 것처럼 말이다.

(한편, 전통 재무학에서도 화폐의 시간가치(time value of money)를 고려하면 조삼모사의 원숭이의 선택이 경제적으로 옳은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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