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본격적으로 부동산펀드 차입금에 대해 과세조치에 나서면 조세심판원을 통한 불복청구와 행정소송 외엔 이렇다 할 해법도 없는 상황이어서 운용업계는 부동산취득세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정부의 명확한 유권해석이나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자칫 등록전 부동산펀드의 취득세 감면액 환수조치와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면 세금 납부로 인한 투자수익 급감은 물론 투자자와 운용사간 2차소송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취득세는 현행법상 최대 5년치까지 환수할 수 있다.
그동안 부동산펀드는 저금리·저수익 기조 속에서도 연간 6~7% 수익률을 올리며 중수익·중위험 상품으로 각광받아왔다. 수익의 상당부분은 취득세 감면조치에서 발생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률 매력에 2009년 11조원이던 부동산펀드 투자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26조원 규모까지 늘어났다. 현재 13조원 규모인 리츠까지 포함하면 부동산 관련 자산운용액은 38조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대구시는 자본시장법상 부동산펀드의 순수 투자액만을 조세특례법 감면 대상으로 인정한다고 나선 것이다. 이는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해 세수를 증대한다는 조세특례법 취지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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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동산펀드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최근 등록전 펀드에 대해 1200억원대 감면 취득세 환수조치로 운용업계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처지인데 설상가상으로 차입금에 대해서도 과세한다니 부동산경기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무리 지자체 재정 여건이 어렵다 해도 이 같은 무리수를 둔다면 수조원인 부동산 관련 세수 전체가 줄어드는 후폭풍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규 해석의 논란을 낳은 자본시장법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기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는 부동산펀드를 일종의 법인으로 보고 자금을 차입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인인 경우 차입금, 즉 부채도 펀드의 재산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2009년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이런 규정이 사라지면서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논란의 핵심은 세법상 차입분을 집합투자재산으로 인정할지 여부"라며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절에는 부동산투자에 대한 차입을 당연시했지만 최근 행안부와 일부 지자체가 세수압박을 받으면서 자본시장법 규정을 엄격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법상 문제인 만큼 금융당국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행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안행부 지방세특례제도과 관계자는 "관련업계나 지자체가 유권해석을 요청해 온다면 입법취지 등을 검토하겠다"며 "이 사안의 파장이 크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1차적으로는 과세권자의 판단도 중요하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부동산투자 차입금 규모가 큰 상황에서 이를 취득세 감면대상으로 봐야할지를 현행 법률문구만으로 해석하기엔 논란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자본시장법을 대거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