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주도주는 '1등주·지주사·우선주'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4.06.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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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장세 속 주도주 선별한 펀드매니저 전략은?

최광욱 에셋플러스 전무/사진=에셋플러스자산운용 최광욱 에셋플러스 전무/사진=에셋플러스자산운용


연초 어지러운 시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가치주 전반이 재평가되는 분위기 속에 펼쳐진 개별종목 장세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일부 고성장주가 눈부시게 각광받는 한편 일각에서는 우선주가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3년 째 이어진 박스권에 펀드매니저들도 지쳐가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는 그래도 6개월 만에 10% 넘는 수익률을 올렸던 개성 있는 펀드가 많았지만 올해는 대부분의 펀드가 도토리 키재기를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요즘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물이 올랐다'는 평가를 듣는 매니저가 있다. 최광욱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전무 얘기다. 최 전무가 운용하는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는 연초대비 9.71%의 수익률로 설정액 1000억원 이상 가치주 펀드 가운데 수익률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12.58포인트(0.63%) 하락한 1981.77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360억원 순매도로 지수 하락을 주도하는 가운데 연기금이 748억원으로 방어 매수를 단행했다.



◇3년 불황의 끝, 살아남은 1등주=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가 편입 신고한 상위 10종목을 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시장의 주도주 면면이 드러난다.

펀드닥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는 삼성전자 (77,600원 ▼400 -0.51%)와 CJ, 현대차2우B, 한국타이어, NAVER, LG화학우, CJ E&M, SK하이닉스, 신한지주, 효성을 보유 중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한국타이어, NAVER, CJ E&M, SK하이닉스 등은 업종 1등주이거나 오랜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다.


최광욱 전무는 "한국 경제는 2011년 이후 3년간 경기부진을 겪었고 이 와중에 살아남은 1등 기업들이 도태된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했다"며 "불황기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고 호황이 오면 구조조정의 수혜를 그대로 누리는 1등주들이 올해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NAVER (194,600원 ▲5,800 +3.07%)가 대표적인 종목이다. NAVER는 국내 인터넷 업종 1위 기업으로, 2위를 차지했던 다음을 따돌리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재 NAVER의 시가총액은 27조원, 다음은 1조5000억원으로, 다음이 최근 카카오와의 합병 발표로 주가가 급등했는데도 불구하고 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최 전무는 그밖에 1등과 2등의 격차가 크게 발생한 기업으로 SK텔레콤과 KT,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간, 파라다이스와 GKL을 지목했다. 리치투게더 펀드는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지주사인 아모레G (33,200원 ▼400 -1.19%)를 많이 샀는데 지난 1년간 엄청난 수익률을 안겨줬다.

'불황은 언제나 1등 기업에게 기회였다'고 지난 10년간 투자철학을 전파해온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철학이 올 들어 꽃핀 것이다.

리치투게더는 업종 1등주는 아니지만 최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SK하이닉스 (173,200원 ▼400 -0.23%)도 비중 있게 담고 있다.

최 전무는 "반도체 산업이 치킨 게임을 반복한 결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약자는 도태되고 글로벌 3사만 살아남았다"며 "살아남은 기업들이 과거에 보지 못했던 과점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1등주 중에서도 특히 해외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기업, 변화하는 투자 트렌드에 적응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 전무는 "중국 시장에 적극 진출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격차를 벌리듯 해외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며 "음식료 업종에서는 동원F&B, CJ제일제당 같은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시대, 가격 괴리가 좁혀진다=지주사와 우선주는 올해 에셋플러스 펀드가 코스피 수익률을 훌쩍 뛰어넘게 해 준 일등 공신이다. 최광욱 전무는 "본질 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싼 종목들, 대표적으로 우선주와 지주사 종목에 집중 투자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아모레G를 비롯해 CJ 등은 이런 맥락에서 선택했다. 포트폴리오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현대차2우B (155,100원 ▼2,100 -1.34%)는 올해 들어 말 그대로 '날아갔다'. LG화학우 (262,500원 ▼3,000 -1.13%)도 본주인 LG화학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반면 우선주는 탁월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 전무는 "LG화학은 업황 전망이 매우 부진했지만 1등주라는 분명한 매력이 있었고 이익도 꾸준히 창출했다"며 "보통주보다 우선주의 저평가가 심해 우선주를 매수했고 그 결과가 좋았다"고 언급했다.

현대차2우B, LG화학우의 연초대비 주가 상승률은 각각 22.2%, 24.9%에 달하고 있다. CJ와 아모레G는 올 들어 20.2%, 59.1% 올랐다.

한편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스마트폰이 안 좋아진다고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반도체 1등 기업이다"며 "이 부분에서 프리미엄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며 분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셋플러스가 상당한 비중으로 들고 있는 호텔신라 (58,300원 ▲800 +1.39%)CJ E&M (98,900원 ▲2,200 +2.3%)의 경우 지난해 실적 부진에 주가가 한 차례 '휘청'했다. 하지만 면세점과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장기 투자했고 그 결과는 높은 수익률로 돌아왔다.

업계의 한 펀드매니저는 "상반기 펀드 수익률은 고성장주와 우선주, 지주사 주식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며 "에셋플러스는 SK하이닉스, NAVER같은 고성장주와 우선주, 지주사를 모두 보유한 드문 케이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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