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의 초콜릿박스]너를 통해 비춰본다 난 잘 살고 있는가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2014.06.25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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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라의 초콜릿박스]너를 통해 비춰본다 난 잘 살고 있는가


나는 나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없다. 거울이나 카메라에 담긴, 때론 다른 사람의 눈동자에 비춰진 모습을 통해서만 나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일부밖에는 볼 수 없는, 전체를 볼 수 없는 존재다. 내가 보는 나는 온전한 내가 아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나는 종종 연주를 한다. 얼마 전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마이 디너 위드 노엘라'라는 공연을 초연했다. 내가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와 내가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공연이 함께 어우러진 콜라보레이션 무대였다.



오랜 기간 영화를 제작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내 최초의 시도를 한다는 자부심과 부담감에 공연 일주일 전부터 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긴장을 했다는 증거다. 마인드 콘트롤에 들어간다. 눈을 감고 상상한다. 지금 이곳은 무대. 나는 악기를 들어 올려 숨을 가다듬고 연주를 시작한다. 왼손은 부드럽게 현 위에서 노닐고 오른팔은 그 무게를 악기에 싣는다. 자연스럽고 여유롭다. 나는 어느덧 관객이 되어 내 모습을 바라본다. 영화와 무대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무대가 만들어진다. 발수갈채가 쏟아지고 나는 관객을 향해 환하게 웃는다.

어느덧, 공연 당일이다. 무대에 오른다. 눈앞에는 공연장을 꽉 메운 관객들이 자리해있다. 숨을 가다듬는다. 수 없이 많이 상상만 했던 무대가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연주를 시작한다. 그런데, 무대 위에 있는 나, 나는 볼 수 없다. 어떤 모습인지 새삼 궁금하다. 나는 지금 어떻게 보여 질까? 영화와 무대 위의 꽃 장식, 그리고 나의 연주는 어떻게 어우러질까? 관객을 바라본다.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내가 바라보는 건 관객들의 모습이다. 나는 나를 직접 볼 수 없기에 그들을 통해 나를 본다. 그리고 관객들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질 때, 나는 안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다는 걸.



공연이 끝나고, 실제 공연을 보지 못한 사람은 나 하나뿐이라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왔다. 일종의 외로움마저 느껴지는 이상한 감정. 하지만 이내 공연이 좋았다고 말해주는 많은 사람들 덕분에 나는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공연 무대를 내려와 삶이라는 무대로 걸어 들어간다. 그런데, 나를 직접 볼 수 없는 건 무대에서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 역시 난 나를 직접 바라 볼 수 없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눈빛을 본다. 그들을 통해 나를 비춰본다.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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