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주인찾기', 박상용 공자위원장의 변심?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4.06.23 16:16
글자크기

IMF 이후 전문경영인 위주 운영, 한계 드러내…현실 반영 판단 "주인 있는 은행 한번쯤 시도해볼만"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사진제공=금융위원회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사진제공=금융위원회


"주인 있는 은행이 하나쯤 나온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겠습니까. 개인이 최대주주라고해서 안 될 것은 없습니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연세대 경영대 교수)은 우리은행의 주인을 찾아주는데 대한 소신을 최근 기회 될 때마다 밝혀왔다.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정부의 오랜 숙제를 풀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한 어떤 제한을 둘 필요도, 근거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실 박 위원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주장해온 학자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까지 금융감독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증권연구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 한국금융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금융회사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정착시키는데 실제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박 위원장은 "IMF 이후에는 오너 경영의 폐해가 부각되던 때"라며 "실적 위주의 전문경영인 방식이 중요한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시중은행장 등 금융사 CEO(최고경영자)들의 연봉을 대폭 끌어올리는데도 사회적 여론 형성 등으로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낙후된 국내 금융 산업의 현실에 박 위원장은 생각을 달리 했다. 글로벌 금융회사 탄생은커녕 국내 시장에서 소모적 경쟁만 일삼는 경영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박 위원장은 "IMF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줄곧 이어왔는데 세계무대에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었다"며 "우리나라 은행산업에서도 이제 주인 있는 은행을 한번쯤 시도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현재 우리은행 경영권지분 30% 인수를 희망하는 곳은 교보생명(회장 신창재) 한군데다. 유효경쟁 성립 등의 요건이 충족돼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사실상 신창재라는 개인이 지배하는 시중은행이 탄생한다.

박 위원장은 국제적으로 개인대주주 은행의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에도 반박한다. 글로벌 대형은행들도 대부분 개인대주주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해외 대형은행들도 인수합병 등의 과정을 거쳐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지분이 분산된 것"이라며 "우리는 처음부터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서는 '손님'을 가려 받을 처지가 아니라는 점도 작용했다. 투자자 자체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박 위원장 역시 23일 매각방안을 발표하면서 "우리은행 매각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