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무엇과 누구를 위한 대출규제 완화인가?

머니투데이 조명래 단국대학교 교수 2014.06.1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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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무엇과 누구를 위한 대출규제 완화인가?


제2기 박근혜정부를 이끌 경제부총리는 지명을 받자마자 부동산시장 규제의 마지막 빗장인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손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위한 '줄푸세' 공약을 만든 장본인일 정도로 대표적인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론자다. 현 부동산시장이 '한 겨울'이란 그의 인식은 박 대통령의 '부동산시장의 비정상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도성장기 거품시장만 봐온 이들(주류 시장전문가)에게 열기가 사라진 지금의 시장은 비정상적이고 겨울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언덕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 고도성장 후 하향안정화는 시장이 자기조정해가는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다.

주택거래량만 하더라도 2013년은 85만건으로 위기 이전인 2007년 87만건 수준을 회복했다. 올 5월 들어 주택거래량이 7만8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7% 줄었지만 지난 5년 평균 대비로는 4.2% 증가해 예년 수준을 유지한다. 투기적 가수요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집값이 폭등하지 않는 것은 과거와 다르다.



하지만 지난 5여년간 주택매매가 상승률은 12.7%를 유지,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11.4%를 앞설 정도다. 거품시장에 대한 추억만 버린다면 매매시장은 정상적이다.

문제는 임대차시장이다. 지난 5년3개월간 전셋값은 40.4% 올라 물가상승률의 4배 가까이 급등했다. 부총리 지명자의 '겨울론'은 주류 부동산 전문가들이 습관적으로 내뱉는 '불황론'의 연장으로 매매에서 임대로 전환된 시장의 실상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자기한계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시장이 정상임에도 굳이 왜 '규제완화'를 하려는 것일까? 우선 LTV를 보자. LTV는 대출기관의 채권회수 가능성을 확보하는 사후적 부실예방수단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 금융기관을 지켜줬다.


우리나라 LTV의 평균비율은 49.4%지만 후순위채인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58.7%, 전세주택만 대상으로 하면 평균 75.7%까지 오른다.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실제 LTV 비율인 64~80%에 근접한다.

집값 하락이 여전히 예견되는 만큼 LTV는 나둬도 저절로 올라 금융기관의 회수압박을 높인다. 이를 감안하면 LTV는 100%에서 30~40%포인트의 여유를 남겨둬야 하고 지금이 그 정도다.

DTI는 대출자의 소득 대비 대출액을 제한해 과도한 차입을 예방하는 사전적 부실예방 수단이다. 2005년 도입된 것으로, 그 기능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규제완화를 정당화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평가다. DTI가 적용됐음에도 가계부채가 1014조원까지 육박한 원인은 DTI 규제를 오히려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2012년 우리나라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164%로, OECD국가 중 가장 앞선다.

나라 전체가 부채의 중압감에 눌려 있는데, DTI 완화로 가계부채가 더 증가하면 실질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채무자들은 빚 갚느라 온전한 생활을 할 수 없다. 집값마저 떨어지면 깡통주택, 나아가 '하우스푸어'가 양산되고 채무불이행으로 은행권마저 부실화하는 국가적 화를 불러온다.

이를 의식한 정부는 올 초 경제개혁 3개년계획을 통해 2017년까지 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5%포인트 낮추겠다고 했음에도 몇 달도 채 안 돼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모순된 입장을 보인다.

문제는 DTI를 완화해도 집을 살 만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도 은퇴자나 젊은 층에 대해 완화된 LTV와 DTI를 적용하고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 등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

하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집을 사지 않는다. 집을 사면 얻는 메리트가 과거만큼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매활성화에 집착한 지난 5년간 전·월세난이 계속된 것이 이를 여실히 증명해준다.

그럼에도 정부는 도대체 무엇과 누구를 위해 완화하려고 하는가? 한국은 OECD국가 중 국민경제에서 건설부동산업 비중이 가장 큰 나라다. 경기부양 수단이란 굴레에서 벗어날 때 한국의 주택부동산정책은 올바르게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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