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토머스 J. 스탠리가 1998년에 미국 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책으로 엮은 '백만장자 마인드'에 보면 그가 조사한 부자들의 대학 성적은 4점 만점에 2.92점, 미국의 수학능력시험이라 할 수 있는 SAT 점수는 1600점 만점(작문을 제외한 읽기와 수학 점수)에 1190점 정도로 높지 않았다. 스탠리는 이를 근거로 공부를 잘한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자수성가 부자들 가운데 대학 학위가 없는 사람은 16%에 불과했다. 더 나아가 상당수가 대학 학위뿐만 아니라 경영학 석사(MBA)를 비롯해 석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었다. 박사 학위 소지자의 비율도 일반인들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업가들은 지식 집중적인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엘리트 대학에 다닌 사람들의 평균 순자산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월등히 많았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자들인 글로벌 엘리트들도 교육 수준이 매우 높았다. 슈퍼리치와 글로벌 엘리트들의 전공은 주로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이른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이었다.
특히 하버드대는 전세계 슈퍼리치 제조기라 불릴만했다. 미국 억만장자 중에서는 10명 중 1명 이상꼴로, 전세계 억만장자 중에서도 20명 중 1명꼴로 하버드대 출신이었다. 와이는 "각국의 일류대가 글로벌 엘리트 그룹을 걸러내는 영향력 있는 필터 역할을 이 정도로 수행하고 있다는데 대해 놀랐다"며 "특히 하버드대는 글로벌 엘리트를 비율적으로 과도하게 많이 배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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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연구에서는 상속 부자들이 자수성가 부자들보다 일류대 진학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속 부자들은 부모의 기부나 부모가 졸업생이란 이유, 스포츠 경력, 정치적 인맥 등으로 일류대에 진학하기가 더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자산뿐만 아니라 학력도 상속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부자가 되는데 학벌이 결정적 요소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최근의 불평등은 학위 때문이 아니라 경제 지배층(올리가르히, 산업·금융재벌)으로 생긴 문제"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어느 부모나 자식에게 하는 말 "그래도 공부로 성공하는게 제일 쉽다"는 조언은 연구 결과를 보면 상당히 맞는 셈이다. 결국 싸이가 되는 것보다는 공부해서 작은 성공이라도 거두는게 쉽다는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