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모녀'도 매달 '5만원' 낸 건보료, 집주인은 '0원'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4.06.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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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과세 방안 '후퇴']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 집주인 건보료 피부양자 유지

'송파 세모녀'도 매달 '5만원' 낸 건보료, 집주인은 '0원'


정부가 '2·26 전·월세대책'을 내놓은 이후 임대소득 과세와 함께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 일자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 건강보험 가입을 강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임대소득자들에 대한 건보료 부담 완화책은 일반 근로자나 자영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사실상 집주인들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세입자나 저소득층이 대신 내주는 꼴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13일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추진을 위한 당정협의를 개최하고 연간 2000만원 이하 전·월세 임대소득에 대해 건강보험 가입을 강제하지 않거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관련 방안은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을 얻는 집주인은 주택 보유수에 상관없이 피부양자로 자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지역가입자인 경우엔 건강보험료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연 2000만원의 임대소득을 얻으려면 전세소득은 간주임대료로 계산되기 때문에 전세보증금의 합이 14억4942만원이 돼야 한다. 월세의 경우엔 매달 166만6000원을 받고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근로소득없이 임대소득만으로 살아가는 은퇴자 대부분은 소득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게다가 자녀의 부양가족으로 해마다 인적공제도 받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집주인들까지도 보호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 세무 전문가는 "임대소득은 원래 종합소득에 포함돼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이지만 지금까지는 국세청에 자진 신고한 경우에만 부과됐다"며 "집주인들은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고 '불로소득'을 누리고 있음에도 세금과 함께 사회보장성 비용상의 큰 혜택을 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1800만원 근로자 연간 건보료는 '54만원'…"송파 세모녀도 내는데"

당정이 검토하고 있는 것처럼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고 보험료 부과에서 제외할 경우 일반 직장인들과 자영업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연간 근로소득이 1800만원인 직장가입자의 경우 월 4만4920원씩 연간 53만9040원의 건보료를 납부해야 한다. 일반 사업소득자(자영업자) 역시 사업소득 금액의 규모에 관계없이 부과하며 사업소득이 1만원만 있어도 피부양자에서 제외돼 보험료가 부과된다. 사업소득이 2000만원일 경우엔 월 13만6960원씩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게다가 임대소득이 2000만원 기준을 두고도 논란이다.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면 건강보험료가 0원이고 2100만원이면 연 289만원을 건강보험료가 내야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세 모녀는 돈이 없어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데도 건보료는 매달 5만원씩 꼬박 내야하는 게 현실"이라며 "보험료 부과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소득 중심의 단일화 부과체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입자를 가려서 받거나 2000만원 임대소득을 맞추기 위해 월세를 전세로 돌리는 등 편법이 난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확정일자를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보증금을 없애고 소득공제가 필요 없는 학생이나 사업자, 외국인 등을 월세 세입자로 선호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동작구 상도로 H공인중개소 대표는 "임대소득 과세방침 때문에 보증금을 없애고 월세만 받으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많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추후 법 개정을 지켜본 뒤 전세보증금을 조정해 월세를 2000만원에 맞추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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