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요구..기업들은 왜 CSV에 주목하나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4.06.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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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자본주의 5.0..공유가치창출(CSV)] 1회 ① 왜 CSV인가

시대의 요구..기업들은 왜 CSV에 주목하나


지난달 7일 오전 8시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39층 회의실에는 삼성그룹 사장단과 미래전략실 팀장 이상 약 40명의 사장단회의 멤버들이 모였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의 '자본주의와 공유가치의 창조(CSV: Creating Shared Value)'라는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조 명예교수는 "이제는 소비자들이 품질이나 가격경쟁력만 보는 게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까지 고려해 구매한다"며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있어 사회적 역할도 함께 추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삼성 사장단에게 CSV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CSV는 기업이 가진 자원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자 사회공헌 모델이다.



과거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부나 후원 등을 통해 성과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시혜성 기업 활동이라면, CSV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 경제적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형태다.

왜 CSV가 현 시점에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그동안은 기업의 이윤 증대를 위해 어떤 경영전략을 짜야하는가를 얘기하다가, 왜 현 시점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분배정의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이는 갈수록 확대되는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기업의 영속적 성장을 통해 안정적인 사회를 꾸려나가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CSV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왜 공유가치창출(CSV)인가=정치는 분배다. 경제도 분배다. 정치가 이상의 분배(꿈을 나눠 갖는 것)라면 경제는 현실의 분배(재화를 나눠 갖는 것)다. 이 분배의 기초는 성장이다.

정치가 선진화되고, 경제가 발전해야 분배도 제대로 이뤄진다는 얘기다. 분배의 기초자산은 성장의 열매에서 오기 때문이다. 가치를 많이 창출해야 많이 나눌 수 있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자본주의의 흐름은 또 한 번의 변화를 겪었다. 가치창출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승자독식'으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로 분배의 원칙에 실망한 대중들이 월가로 뛰쳐나가 분노를 표출했다.

빈부격차의 심화는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봉건사회 이후 고전자본주의(자본주의 1.0)에서 출발해 수정자본주의(자본주의 2.0)와 신자본주의(자본주의 3.0)를 거쳐 2008년 이후 대중자본주의(자본주의 4.0)의 바람이 불었으나, 이는 바람으로만 끝났다.

이론적 토대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자본주의 5.0'인 인간중심자본주의다. 인간중심자본주의의 중심에는 CSV가 자리 잡고 있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자각하는 상황이 됐고, 대기업들도 역할을 다시 찾는 때가 됐다"며 기업이 사회와 함께 가기 위한 툴로 CSV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CSV는 CSR과 무엇이 다른가=2006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와 컨설팅 회사 FSG의 창업자인 마크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소개한 CSV는 기업의 경영전략을 연구하던 이들이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함께 가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익의 기반 위에 일자리 창출과 환경보호, 사회문화 창달 등의 기준을 얹힌 것이다. CSR이 선행(善行)적 측면이라면 CSV는 어떻게든 투입한 비용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가치가 나타나는 경제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활동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느냐'나 '경제활동 과정에서 환경보호 등 지구적 관심사에 얼마나 기여하느냐', '사회공동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하느냐'를 사업시작단계에서부터 고민하자는 얘기다.

기업의 이익에 기여하는 주체가 소비자이고, 그 소비자 구성원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은 기업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를 돕는 것은 궁극적으로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게 CSV의 핵심이다.

A 그룹의 CSR 담당 임원은 "기존 CSR은 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나눠주는 것이어서 기업이 돈을 벌지 못하면 중단되고, 담당자가 바뀌면 CSR 활동도 바뀌었다"며 "보여주기식의 사회공헌보다는 기업에도 좋고 사회에도 좋은 활동의 필요성이 대두돼 왔고, 그게 CSV다"고 말했다.

◇CSV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강조되면서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02년 기업당 평균 사회공헌 지출규모가 53억 8000만원이었던 것이 2012년에는 144억 4000만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대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2001년 39%에서 2005년 38%, 2013년 36%로 오히려 떨어졌다. 시혜적인 사회공헌비용을 늘렸지만 기업에 대한 호감은 오히려 줄었다. 시혜성 지원인 CSR의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갖지 못한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CSR이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 하기 때문에 기업이 여기에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국민들의 인식은 좋아지지 않는 것이다.

GlobeScan·동아시아연구원·사회적기업연구소가 공동으로 한 'RADAR 2013' 국제조사 결과를 보면 대기업의 역할로 CSV를 선택한 비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기업 신뢰도도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프랑스의 경우에는 CSV를 선택한 비율이 2001년 21%에서 2013년 39%로 18%포인트 높아지면서 대기업 신뢰도도 2001년 42%에서 2013년 52%로 10%포인트 상승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현대차·LG·SK·포스코·한화·CJ 등 국내 기업들도 최근 들어 CSR을 넘어 CSV 활동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변화가 한국 사회의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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