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첫 재판서 유족 "가족들 영혼까지 죽였다" 분노

머니투데이 김정주 기자 2014.06.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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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서 첫 공판준비기일 열려

 (광주=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1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법정에서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15명 승무원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다.   이날 재판은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선장 등 4명,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또는 유기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 등 세월호 선장과 선원 등 15명에 대한 첫 재판이다. 2014.6.10/뉴스1 (광주=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10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법정에서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15명 승무원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다. 이날 재판은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선장 등 4명,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또는 유기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 등 세월호 선장과 선원 등 15명에 대한 첫 재판이다. 2014.6.10/뉴스1


"어떻게 감정을 억누릅니까!"
"피고인들이 오면 안면을 볼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뻔뻔한 얼굴 정면으로 볼 수 있게요!"

1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법정.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 참석한 유족들은 재판부를 향해 이렇게 울부짖었다.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준석 선장(69)을 비롯한 세월호 선원들이 피고인석에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 재판부가 유족들의 소란을 막기 위해 자제를 당부한 직후였다.



흥분한 유족들은 "진실을 말하면 이해하지만 거짓을 말하면 소리지를 수 있지 않느냐", "뻔뻔한 얼굴 좀 보게 시간을 허락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을 맡은 광주지법 형사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가족들이 보시기엔 이해가 안되겠지만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염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유족들을 진정시켰다.



재판장이 유족들을 달래는 데만 20분이 걸렸다. 이 선장과 선원들은 재판이 시작한 지 25분 뒤 차례로 법정에 입장했다. 이들의 등장에 유족들은 "사람이냐. 밥 잘 먹고 있냐", "당신 자식이면 그럴 수 있느냐"며 강하게 분노를 표시했다. 방청석 곳곳에선 숨죽인 울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재판장이 재차 정숙을 요청했지만 유족들은 "죽고싶은 심정이다", "부모입장에서 억장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이날 모두발언에 나선 피해자측 대표 김병곤씨는 "사고가 난 지 두 달 가까이 돼 가지만 저희들에게 시간은 정지된 것이나 같다"고 입을 뗐다.


그는 "차가운 바다에서 우리의 손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쉬 잠을 청할 수 없다"며 "누구보다 먼저 승객들을 구조해야 했던 피고인들은 가장 먼저 뛰쳐나와 살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피고인들이 탈출하라는 방송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대부분의 승객은 살 수 있었다"며 "피고인들은 승객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영혼과 사회의 기본적인 신뢰까지 모두 죽였다"고 비난했다.

김씨는 "철저한 진실규명과 엄정한 처벌을 원한다"며 "다시는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소한 사항 하나하나 모두 밝혀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 역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공정하고 신속히 재판해 진실을 밝혀 법과 정의에 부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진행된 인정심문에서도 피고인들을 향한 유족들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인정심문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재판장이 피고인의 성명과 연령, 직업 등 신상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3등 항해사 박모씨(25) 등 일부 피고인들은 심문 도중 울음을 터뜨려 진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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