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세월호 참사는 경제도 되돌아보게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경제민주화를 촉발했고 관련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이윽고 우리 사회는 경제 활성화로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 그러나 경제 활성화는 생각보다 더뎠다. 내수부진이 워낙 깊었다. 그나마 지난 1분기 민간소비는 2.6% 증가했다. 내수시장은 약하지만 살짝 온기가 돌았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이 온기마저 식어버렸다. 그래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미 정부는 지난달 말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사고 수습이 우선이지만, 내수부진에 탈출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다. 상반기 재정집행을 7조8000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책금융도 7조원 이상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기업 투자도 독려하고 있다. 소비 심리 회복을 위해 온누리상품권 할인이나 공무원 식당 휴무 같은 진작책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공급 중심의 대책보다 이제는 수요를 자극하는 대책이 나와 줘야 한다. 요즘 백화점은 앞 다퉈 세일을 하고 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짚어봐야 한다. 대형할인 매장, 전통시장, 백화점 등 소비가 발생하는 최전선의 접점에서 소비 흐름을 파악하고, 정책 역량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유통시장에 막힌 구멍부터 뚫어주는 것이 진정한 내수활성화 대책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 처방일 뿐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분배구조 개선과 최저임금 인상, 중산층 확대, 노령가구 소득증대 등이 장기적 치료법이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경제 구조와 체질을 바꿔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과제들은 복지 개념과도 뒤섞여 있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늘 제기됐던 과제인데도 풀지 못하는 이유도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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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경제 활성화의 주체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정부가 내세우는 중산층 복원은 활성화의 주체를 중산층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중산층은 소득의 개념이다. 그러나 사업체라는 기업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원의 대상과 범위를 정하기 쉽고,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사자 규모 10인 이하를 소상공인이라고 부른다. 소상공인은 우리나라 사업체의 90% 이상이다. 소상공인은 생산의 주체이자, 소비의 주체다. 작은 규모의 생산 활동을 하지만 이들이 국가경제 소비의 주체다. 예를 들어 작은 커피전문점을 운영해도, 대기업의 스마트폰이나 자동차를 사는 소비의 주체이다. 이들이 안정적인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생산과 소비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선순환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안정적인 생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 그리고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효율적인 정책지원도 뒷받침해줘야 한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과 소상공인 중심의 소비가 '쌍끌이 경제'를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