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에버랜드 덕에 '꿩먹고 알먹고'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4.06.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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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묻지마 투자' 지적에도 7739억 들여 17% 인수…직·간접 차익 1조원 수혜

범 현대가(家) 일원인 KCC (322,000원 ▲10,000 +3.21%)가 삼성에버랜드 상장으로 삼성그룹이 아닌 기업 중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2011년 당시 이른바 '묻지마 투자'라는 지적 속에 단행했는데 사업적 실익은 물론 상장으로 인한 평가차익도 5000억원 가량 얻게 되어서다.

3일 삼성그룹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에버랜드가 올해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최소 7조~8조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보유한 삼성 계열사들은 이 회사 지분의 장부가격을 약 209만원으로 계상한다. 하지만 이 회사가 최근 사업 구조개편차원에서 제일모직 (0원 %) 패션사업부를 인수하고 급식사업부를 분할했고, 수도권 골프장 레이크사이드CC를 삼성물산과 공동으로 사들인 걸 고려하면 기업 가치는 더 오른다. 현 장부가에 그룹 지주사라는 프리미엄을 더하면 기업가치가 기존 5조원대에서 추가로 2조원 가량 더 오를 거란 분석이다. 상장과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다.

성장 프리미엄을 더한 삼성에버랜드의 주당가치는 300만원이 무난하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이를 기준으로 한 예상 시가총액은 7조5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25.1%를 보유하고 있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65.4%에 달한다.



삼성 특수관계자 외에 범 현대가의 일원인 KCC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11년 삼성카드가 금융산업 구조개선 법률(금산법)에 따라 보유 중이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5%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매각한 지분이다. KCC는 당시 장기투자 수익을 기대하고 미래사업에 대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거래 지분 17%를 주당 182만원씩 총 7739억원에 사들였다.

KCC의 결정은 당시로선 무모해보였다.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 상장을 KCC에 보장해주지도 않았고 계약상으로 사업관계의 협력을 구체화하지도 않아 8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 비효율적으로 묶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KCC는 자신들이 의도한대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사들인 이후 삼성그룹과 건자재 및 도료 등의 납품관계를 구축했고 예상보다 빠른 3년 만에 상장을 통한 지분 매각기회를 잡게 됐다.

KCC가 이번 삼성에버랜드 상장에서 지분을 매각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17%의 지분을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구주매출 형태로 시장에 매각할 수 있다. 상장 후에도 17% 규모는 블록세일 등의 방법으로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하다.


이 경우 KCC가 가진 17%의 가치는 삼성에버랜드의 가치가 상장 후 기준으로 7~8조원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약 1조2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KCC는 약 8000억원에 못 미치는 자금을 투자해 사업적 실익을 얻고 3년 만에 최소 4000억원에서 6000억원, 평균적으로 약 5000억원의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에버랜드 지분 투자는 KCC라는 기업 자체의 가치도 끌어올린 동력이 됐다. 정몽진 KCC 회장은 KCC 경영권 지분 17.76%를 보유하고 있고,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38.5% 수준이다. 상장사인 KCC의 주가는 지난달 초까지 주당 50만원 초반에 머물렀지만 최근 급등해 66만원에 달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상장을 발표한 3일 10.92% 올랐다. 정몽진 회장의 개인 보유 지분 가치는 주당 50만원일때 9300억원대에서 최근 주가상승으로 1조2300억원대로 3000억원 가량 뛰어올랐다.

정몽진 회장은 이번 삼성에버랜드 상장과 함께 승계권을 확실히 쥐게 된 이재용 부회장과 개인적으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삼성카드의 금산법 문제와 삼성에버랜드 17% 처분 문제로 고민하던 때에 정몽진 회장이 단행한 백기사식 투자가 약 1조원 가량의 실익을 거둔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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