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인터넷 강국이라고? 중국에 자리 넘겨줘야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송기용 특파원 2014.06.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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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용의 北京日記]美 증시로부터 앞다퉈 초청받는 中 인터넷 기업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1964년 영국 록밴드 비틀스의 미국 진출은 '영국 음악의 미국 침공'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충격적인 데뷔였다. 정확히 40년이 흐른 2014년은 중국 인터넷 기업 반란의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시나웨이보, 징둥상청, 쥐메이요우핀 등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최근 성공적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이름도 생소한 이들은 SNS(소셜네트위크서비스), 온라인홈쇼핑, 온라인 화장품 판매 등을 주력으로 하는 중국의 신생 인터넷 기업이다. 인터넷 보안기업 치타모바일, 온라인 여행업체 투뉴왕, 동영상서비스업체 쉰레이 등도 미 증시 상장 대열에 합류했다.



무엇보다 올해 미국 증시의 최고 대어로 평가받는 알리바바가 상장을 앞두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알리바바는 지난해 매출 1조 위안(약 163조)을 돌파해 이베이, 아마존을 압도했다. 온라인 결제, SNS, 음악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힌 알리바바는 지난해 온라인 금융상품 위어바오를 출시했다. 1년 만에 8000만 가입자로부터 5000억 위안(약 81조5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 모아 중국 금융업계 판도를 바꿔버렸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1600억 달러(약 164조8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미 증시에서 조달할 자금도 200억 달러로 페이스북(160억 달러)을 깨고 세계 IT 기업 중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몇 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대물 출현에 미국 양대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은 체면도 버린 채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미 증시 상장 붐은 높은 밸류에이션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특별의결권 주식 발행을 통한 경영권 방어가 용이하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 주가하락을 이유로 기업공개를 중단했다가 1년여가 지난 최근에야 재개하는 등 일관성 없는 자국 증시에 질린 중국의 젊은 CEO들에게 미 증시 상장은 매력적일 수 밖 에 없다.

거꾸로 세계 최고의 시장인 미국 증시가 중국 IT기업을 이처럼 환대하는 이유는 그만큼 현재의 경쟁력과 함께 매력적인 성장잠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13억 명의 광대한 인구를 발판으로 전자상거래, SNS 등 인터넷 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중국 IT기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90년대 말 삼성전자 등이 주식예탁증서(DR) 형태로 상장한 이후 한국기업의 미 상장은 끊긴지 오래다. 벤처기업의 로망인 나스닥으로부터 초청을 받았다는 한국 기업 얘기를 들어본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느려터진 인터넷 속도와 페이스북, 유튜브 조차 볼 수 없는 과도한 규제 등 열악한 인터넷 문화로 폄하 받았던 중국의 인터넷기업들이 어느 사이에 저 만치 앞서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 인터넷 기업이 중국의 인수합병(M&A) 먹잇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영문 이니셜을 따 BAT로 불리는 알리바바, 바이두, 톈센트 등 3개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인터넷기업 M&A가 317건으로 전년보다 2배 늘었고, 해외기업 인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3개사의 경쟁은 과거 위·촉·오 3국 시대에 견줘 'BAT 삼국지'로 불릴 정도다. 검색엔진(바이두), 전자상거래(알리바바), 온라인게임과 SNS(톈센트) 분야의 최강자인 이들이 상대 영역을 파고들면서 중국은 물론 세계 인터넷 업계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을 선언하고, 업계 1위 네이버를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더 이상 중국에 뒤쳐지지 않고 명실상부한 인터넷 강국의 면모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한 업체의 장기독주 보다는 치열한 경쟁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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