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는 시간, 이재웅은 돈을 얻는다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4.05.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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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경쟁사 라인에 밀린 상장 앞당겨…다음 13% 팔려던 창업주는 웃돈 기회

카카오와 다음 (49,200원 ▲900 +1.86%)커뮤니케이션의 합병 결정으로 발생할 산업적 효과 외에 각사 최대주주가 얻게 될 이해득실에 관심이 쏠린다.

결과적으로 이 합병 계획은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성공한다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국내시장 수성과 자본시장의 자금조달 접근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하고 이재웅 다음 창업주는 1000억원 가량의 자본차익을 기대할 전망이다.



카카오 입장에서 합병 계획은 사실상 다음을 인수하는 결과를 낳는다. 표면적으로는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하지만 주식교환 결과로 합병사 다음카카오에 대한 지분율이 다음의 현 주주군보다 많아져서다. 실상은 카카오가 다음이라는 상장사를 '쉘(Shell, 껍데기)'로 활용해 우회상장하는 형태다.

현재 비상장사인 카카오가 합병으로 얻게 될 효과는 IPO(기업공개)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 비용을 아끼는 것이다. 카카오의 상장은 당초 2015년 5월로 예정돼 있었다. 삼성증권과 모간스탠리가 잠정 주관사였고 상장 후 시가총액은 3조원 안팎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카카오 상장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는 네이버 라인에 비해 주목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영업 근거지가 주로 국내에 한정돼 있는 카카오에 비해 라인은 동북아시아의 공용 앱으로 자리잡아 상장 규모가 카카오의 최대 10배인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은행(IB)과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점점 더 라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카카오의 잠정 주관사인 모간스탠리마저 라인 IPO를 따내기 위해 카카오에 소홀한 모습을 드러냈다.

카카오는 더구나 SK플래닛과 진행하던 티(T)스토어 인수도 현금부족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SK플래닛은 티스토어를 내주는 대가로 카카오의 일부 경영권 참여를 요구했다. 그러나 현금이 없는 카카오는 돈을 지불하지 못해 주식을 내줘야 하면서도 경영권은 온전히 지키려 했다. 경쟁자인 라인은 하늘을 날고 있는데 장애물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카카오는 애가 타는 모습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범수 의장이 내린 다음과 합병 결정은 뒤처진 시간을 만회할 마지막 카드로 평가된다. 라인보다 상장을 앞당기면 일단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 접근성이 한층 수월해진다. 김범수 의장의 지분 비율은 합병사 다음카카오에선 23%로 줄지만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동시에 CB(전환사채)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해외 진출에 필요한 자금을 신속히 끌어 쓸 수 있다. 그동안 카카오의 상장을 기다린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자금회수의 활로도 열어줄 수 있다.

카카오 입장에선 지난해 7만원대에 거래됐던 자사주의 가치를 이번 거래로 11만대로 확정한 것이 적잖은 성과다. 카카오는 내부적으로 내년 상장 후 자사주 가치를 주당 15만원 이상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시장에서 기술주에 버블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데다 국내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모바일 앱 관련주들은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사실상 상장을 앞당기면서 기대가치를 할인받았지만 대신 상존한 불확실성을 걷어냈는 효과를 얻었다.

이재웅 다음 창업주는 카카오와 합병 이전에 자신의 보유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있었다. 그는 네이버에 포털 1위 자리를 내준데 대해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2008년 6월에는 아예 회사에서 퇴사해 대주주 지위만을 유지했다. 때문에 최대주주로 프리미엄을 얻는 매매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재웅 창업주의 지분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원매자가 없다는 게 거래의 걸림돌이었다. 다음의 시가총액이 1조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그의 지분이 갖는 시장가치는 1300억원 안팎이었다. 이재웅 창업주는 여기에 프리미엄을 더해 2000억원 이상을 원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웅 창업주는 카카오와 합병하면 수개월 내에 자신의 의사를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합병사 다음카카오에서 이재웅 창업주의 지분은 4.1%로 하락한다. 하지만 합병으로 인해 보유지분 가치는 일단 1600억원대로 상승(다음카카오 예상 시총 4조원 기준)한다.

여기에 다음이 카카오라는 신성장동력을 얻어 발생할 주가상승 요인을 더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이번 거래로 합병 후 존속법인 다음카카오의 주가가 30% 가량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이재웅 창업주의 지분은 2000억원대로 상승하게 된다.

기업가치의 상승과 함께 지분율이 하락한 것은 지분 매각을 손쉽게 한다. 다음의 최대주주로서 지분 13%를 시장에서 매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지만 다음카카오의 지분 4.1%는 언제든 블록세일 형태로 기관투자가에 분할 처분할 수 있다. 결국 이재웅 창업주는 이번 결정으로 자신의 보유지분을 프리미엄을 받고 처분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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